선오경 한의사

날씨가 많이 따뜻해졌다. 꽃이 피면서 주변은 생기로 가득차기 시작했는데 몸은 오히려 더 피곤하다. 만사가 귀찮아지고 손과 발에 모래주머니를 찬듯 무겁고 머리는 지끈거리면서 멍하다. 이런 피로는 어디서, 왜 오는 걸까.

환자들 중에 만성적인 피로를 호소하며 간이 안 좋은 것이냐고 묻는 경우가 많다. 간은 인체 해독작용을 하고 소화를 도우며 에너지를 저장하는 등의 중요한 일들을 한다. 실제로 간질환 환자들은 간기능 이상으로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피로가 간기능 저하 때문은 아니다. 한의학에서는 피로를 '노권상(勞倦傷)'이라 했다. 육체적인 과로와 정신적인 과로로 인해 기와 혈이 상한 것으로 마음을 안정시키고 증상에 따라 약으로 다스렸다.

현대에는 육체적, 정신적 원인 외에도 약물, 흡연, 음주, 운동부족, 비만 등의 다양한 요인으로 피로를 야기한다. 복합적 면역기능장애로 추측될뿐 원인이 아직 밝혀지지 않은 '만성피로증후군'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렇듯 피로는 다양한 원인으로 생겨 간과하거나 독단적으로 원인을 추측하는 것은 위험하고 적극적인 생활교정과 치료가 필요하다.

특히 근육의 약화가 일어나고 체중이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사회생활을 지속하지 못할 경우 단순한 과로로 인한 피로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필자는 SNS를 하지 않지만 가끔 정보를 찾기 위해 여러 사람들이 올린 글들을 구경한다. SNS를 통해 본 사람들은 항상 바쁘다. 일도 열심히 하고 끊임없이 배우고 무언가를 만들어내며 여행을 간다. 그 부지런함이 경이롭기까지 하다가 그들의 건강이 걱정된다.

우리 몸은 겉으로는 괜찮아보일지라도 육체적, 정신적 손상이 쌓이다가 도미노처럼 한번에 무너질 수 있다. 자신에게 너무 가혹하게 생활하지 않는지, '쉼'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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