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 편집부장 대우

한때 줄을 서야 먹을 수 있다는 대만(타이완) 카스테라의 인기가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발단은 모 고발 프로그램이었다. 지난달 방송된 '먹거리 엑스파일'은 대만카스테라 업체에서 달걀·밀가루·우유·설탕 외에 어떤 것도 넣지 않는다고 선전한 것과 달리 식용유와 일부 첨가제를 사용한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카스테라의 매출은 하락했고 방송의 선정성 논란이나 전문가의 반박에도 추락한 이미지는 회복되지 않았다.

대만카스테라는 타이완 단수이 지역의 노점상에서 판매되던 단골 메뉴다. 일명 '대왕카스테라'라는 이름 그대로 일반 빵집에서 파는 카스테라보다 크기가 두배 이상인데다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몇 년전 타이완 여행 붐과 함께 매스컴을 통해 알려졌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만카스테라라는 간판을 내건 매장이 국내에 우후죽순 생겨났다.

복잡한 레시피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대부분 테이크아웃 매장으로 운영돼 소규모 창업 붐이 일었다. 심지어 서울 강남이나 홍대 등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지역의 매장에서는 판매 개수를 1인당 1개로 제한했을 정도였다. 폭발적인 유행을 타다 순식간에 쇠락하는 양상은 이미 많은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걸어간 길이다. 진입 장벽이 낮은데다 순식간에 너무 많은 프랜차이즈가 난립한 것이다. 카스테라 프랜차이즈 업체만 보더라도 단수이대왕카스테라, 스린대왕카스테라, 대만대왕카스테라단수이, 대만언니대왕카스테라 등 전국에 17개나 된다고 한다. 공정거래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2012년 1810개였던 외식업 프랜차이즈 본사의 수는 지난해 3219개로 두배 가까이 늘었다. 외식업 브랜드 수도 2012년 2246개에서 2016년 4017개로 급증했다. 

유행을 좇아 프랜차이즈 업체나 브랜드가 난립하는 구조도 문제다. 한개의 프랜차이즈 본사가 너무 많은 브랜드를 소유할 수 없도록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초기 반짝 특수를 노린 일부 가맹점주들의 '먹튀'에 창업에 뛰어든 애먼 서민들만 피해를 보기도 한다. 본사에서도 어느 정도는 사업이 지속될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기 없는 상품이 밀려나는 것은 시장논리지만 소비자들이 기억하기도 전에 사라지는 상품이 과연 경쟁력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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