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영 조세정의네트워크 동북아챕터 대표, 논설위원

21세기 글로벌 경제 성장의 견인차를 지칭하는 표현으로 브릭스(BRICS)가 익숙하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이코노미스트 짐 오닐(Jim O'Neil)이 2002년 상호 무역 및 협력 조약을 맺은 브라질(Brazil), 러시아(Russia), 인도(India), 중국(China) 4개국을 2050년에 이르면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가장 강력한 나라로 등극할 잠재력이 있다는 의견을 밝히며 이들을 브릭(BRIC)으로 부르면서 등장한 용어다.

이렇듯 브릭으로 불리던 이 그룹은 2010년 남아프리카 공화국(South Africa)이 다섯번째 정규 회원이 됨으로써 오늘의 브릭스가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유행어 수준으로 주목을 받다 보니 2010년께 뉴욕대 경제학교수 누리엘 루비니는 한국이 포함돼 브릭스(BRICKS) 또는 브릭(BRICK)이 차세대 경제 강국이 될 것이라는 예견을 한 바 있을 정도였다.

어쨌든 지금은 최초의 4개국에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더해 구성된 브릭스가 매년마다 공식 회합을 갖고 있다. 올 9월에는 중국이 제9차 브릭스 정상회담을 샤먼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인구 규모로 브릭스는 2015년 기준 36억명에 달해 세계 총인구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약 17조 달러에 이르는 명목 GDP는 세계 총생산의 22%를 점하며 외환 보유액은 무려 4조 달러로 추정된다.

그런데 최초 등장 이후 15년 가까이 흐르면서 이들 브릭스 구성원만이 아니라 성장 잠재력이 주목 받는 대상군에도 변화가 있다. 우선 브릭스 구성원 가운데 브라질과 러시아 경제가 유난히 부침을 겪어왔다.

반면에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신흥 발전국가들의 부상이 돋보이기도 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해 요즘 들어 글로벌 경제 성장 잠재력의 축을 눈 여겨 볼 때 지리적 권역 네 곳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우선 인도, 중국, 아프리카 세 곳이다. 이 세 권역은 도시화가 급진전되면서 10억명에 가까운 인구 규모에 육박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한 권역이 바로 이미 5억 인구 규모를 상회하고 있는 동남아시아 권역이다.

이들을 통칭한 신조어가 바로 네 권역의 각 알파벳 초성을 딴 '이카사(ICASA)'다. 유엔이 공개한 세계인구전망치를 보면 1995년부터 2045년(전망치)에 이르는 기간 동안 유럽, 북미, 남미 등의 인구 성장치는 거의 수평적으로 변동이 없는 반면 '이카사' 4개 권역의 성장치는 실로 놀라울 정도다. 전망치에 해당하는 50년 기간 동안 이들 네 권역의 인구는 적으면 두배에서 많으면 여섯 배까지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성장 잠재력과 동시에 '이카사'가 직면하고 있는 극복 과제도 눈길을 끈다. 우선 성장률이 떨어지기 시작한 중국은 지난 10여년 간에 걸친 제도 개혁 노력에도 불구하고 투자 위주 성장 모델에서 생산성이 견인하는 모델로의 전환이 더욱 절실하다.

인도는 지속가능한 도시화를 촉진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은 물론이고 경쟁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 기술 인력의 가치 사슬에서의 위치를 고도화 할 필요가 있다.

2040년 무렵에 이르면 노동가능인구수 면에서 중국과 인도를 추월할 것으로 보이는 아프리카는 성장 잠재력이 큰 동시에 과제의 난이도 역시 가장 높다는 평가다. 자연자원 활용도 제고와 역내 국가간 협력적 인프라 개발 및 통합 노력에 덧붙여 지속가능한 도시화 추진 역시 결코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동남아시아는 그동안 성장을 견인해온 글로벌 노동력 재배치 추세와 농업에서 제조업 부문으로의 이동이 정점에 이른 이후 시기를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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