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근 전 한마음병원장, 논설위원

지난해 연말에 필자의 마지막 임무라고 여겨져 세운 요양병원이 이제 100일을 넘겼다. 애초부터 많은 어려움이 있으리라 짐작했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고 여기고 시작했으나 필자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어려움이 많아 고민이 쌓인다.

병원이라는 곳이 원래 허가를 받으려면 인력이나 장비를 다 갖추고 시작해야 하지만 병원이 알려지기까지는 시일이 걸려 정상가동하기까지는 여러 달, 심지어는 해가 지나기도 한다. 특히 요양병원은 국가적으로 의료비용을 줄이기 위해 만든 제도이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더욱 어렵다.

요양병원의 진료비는 기본이 1인 당 3만5140원이고 거기에 한 끼 당 식비가 5000원이다. 더구나 의료보호 환자는 식비가(10년 만에 500원 올려줘서)한 끼에 3430원에 불과하다. 거기에다 6개월이 지나면 진료비마저 95%로 삭감되고 1년이 지나면 90%로 또 깎인다. 또 진료비가 소위 인두제라서 진료의 질과 상관이 없고 비싼 약을 썼다고 값을 더 받을 수도 없다. 다만 치매라든가 폐렴이 걸렸을 경우 등은 수가가 좀 인상된다. 이런 기본진료비를 받는  환자들만 입원했을 경우 100명이 입원했다고 해도 한 달 진료비가 1억 조금 넘을 정도여서 수도 광열비 등 건물 유지비는 고사하고 인건비도 줄 수 없다. 병원은 밤에는 물론 공휴일에도 근무해야 하므로 시간 외 근로수당이나 야간근로수당으로 임금의 50%를 더 줘야 한다. 의사들은 주 40시간보다 훨씬 많은 시간 근무하는 데다 당직까지 해야 하니 더 늘어난다. 의사는 입원환자 40명 당 1명이어야 하고 또 간호사는 6명 당 한 명 이상이어야 하니 100명 입원환자에 의사 3명, 간호사 17명이라야 한다. 이외에도 약사, 방사선사, 물리치료사, 임상병리사, 사회복지사, 의무기록사 등이 필요하고 따로 건물 관리, 식당, 세탁, 청소, 행정 요원 등 15명 이상의 직원들이 더 있어야 한다. 즉 호봉이나 자격증 소유에 따른 수당을 제외하고 최저임금으로 계산해도 모자라는 액수다. 이런 비용으로 병원을 운영하라고 하면서 초기에 지원해주던 지원금도 폐지했고, 금융지원도 없다. 더구나 금년에 1% 인상한 금액이 이렇다. 

또 개인이 세운 병원에는 봉사활동도 공식 인정이 안 된다. 필자가 제주도 자원봉사협의회장 겸 봉사센터장을 맡고 있어서 여러 봉사 단체에서 도와주려고 하지만 실적이 인정 안 되니 어쩔 수 없다. 병원이 하는 일도 같고 봉사 활동도 같은데 왜 안 되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병원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예를 들면 가제 접기 등 병원에서 인력을 써야 하는 작업)그래도 이해가 가지만 입원하고 계신 어르신들을 위한 위문공연도 마찬가지다.

또 한 가지 씁쓰레한 것은 아직도 병원이 돈을 버는 곳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우리보다 훨씬 더 나은 환경에 있는 곳에서도 지원요청이 온다는 것이다. 그리고 정부나 행정에서 해야 할 것도 아쉬우면 병원에서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요양병원이라는 데는 기본적으로 오랫동안 앓아 왔거나 연세가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곳이다. 그렇다보니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벌어지곤 한다. 한 번은 병원에 입원한지 두 시간이 채 안돼 돌아가신 분도 계셨다. 다행히도 보호자들이 함께 있었고, 병원에서 별다른 치료를 하기 전이어서 분쟁이 생기진 않았다. 또 2~3일 후에 입원하겠다고 상담하고 돌아간 후 그 사이에 댁이나 급성기 병원에서 돌아가신 분들도 여럿 있었다. 만일 그 사람들이 하루 이틀 이전에 우리 병원에 입원해 바로 돌아가셨다면 무척 많은 원망을 들었겠다는 생각이 들어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에게 분에 넘치는 서비스를 요구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요양병원들과 도민들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요양병원에 대한 도민 모두의 이해와 협조를 부탁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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