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훈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

제주의 4월은 유채꽃 향기를 품은 바닷바람이 섬을 휘돌며 늘 아픔으로 다가오는 4·3의 기억을 깨우고 뒤흔들었는데, 여기에 슬픔과 분노의 기억 하나가 얹혀져 이제 4월 바람의 무게는 한층 무거워졌다. 바로 세월호가 진도 인근의 맹골수로에서 침몰하면서 3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결코 있을 수 없는, 정말 어처구니없는 구조과정과 정부의 무능과 책임이 한국사회를 충격으로 몰아놓은 4·16세월호 참사 때문이다. 4월16일. 이 나라가 잊지 말아야 할 특별한 날 하나가 추가된 지 3년이 되는 날이다. 

"이게 나라냐"라는 자괴감어린 질문이 지난 3년간 국민들의 가슴에 메아리치다가 '박근혜·최순실'의 국정농단이 맨살을 드러내면서 탄핵의 촛불로 타올랐다. 끝내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되고 거짓말처럼 침몰 1089일 만에 세월호는 뭍으로 올라왔다. 아직도 9명의 미수습자를 품에 넣은 채로 말이다. 해수부는 수년간 연기돼 왔던 세월호의 인양을 탄핵인용 5시간 만에 결정했다고 한다. 

인양된 세월호의 선체는 보도사진과 영상으로만 보아도 유가족들과 세월호를 애도하는 수많은 국민의 가슴마냥 만신창이가 돼 있다. 선체는 인양됐지만 진실은 인양되지 못했다. 아니 진실의 인양은 지금부터다. 그동안 봐왔던 수많은 의혹과 석연치 않은 진실규명 과정들, 명백한 방해공작의 정황들. 이 모든 것들은 뒤틀린 세월호의 선체와 무너져 내린 세월호의 내부구조물처럼 뒤엉켜 있다. 정부는 세월호 선체외부세척과 방역을 마치면 미수습자 9명을 본격적으로 수색할 것이라고 한다. 9명의 희생자가 반드시 수습돼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길 기원해본다. 

인양된 세월호는 참사 3주기를 맞는 4월16일 우리들에게 준엄하게 묻는다. 자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명시적인 지도부를 잃었을 뿐인 이 나라의 오랜 적폐세력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칼바람이 지나가길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적폐(積弊)'. 국어사전에는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이라고 나온다. 우리 사회가 옳지 못한 권력과 그 권력이 만들어 낸 병리적 사회현상에 오랫동안 누적적으로 시달려 왔음을 말한다. 일제강점기 이후 우리 사회가 단절하지 못하고 끌고 온 이 징글맞은 폐단들이 쌓여 지독한 먹이사슬구조를 만들고 어디서부터 손을 데야할지도 모를 정도다. 국민들이 일어나 바로 세우면 여지없이 이를 파괴해 온 적폐세력들은 역사적이다. 이 적폐세력들에 의해 누적적으로 깊은 내상을 입은 대한민국의 국가시스템은 양심적이고 성실한 사람일수록 손해 보는 '헬조선'으로 귀착됐다. 역사적이고 현재적인 적폐들은 세월호가 인양된 오늘에도 여전히 우리사회를 짓누르고 있다.  

세월호 참사 3주기를 보내며 우리는 촛불의 힘으로, 광장의 아우성으로 1만t에 이른다는 세월호를 인양했듯, 이제 그 세월호의 참사를 가져온 적폐세력들을 몰아내고 세월호 선체를 세척하듯 적폐청산에 나서야 한다. 우리는 다시 힘을 모아 '새로운 대한민국'과 '희망의 나라'를 인양해야 한다. 언제나 그렇듯 국민들만 할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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