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순덕 제주발전연구원 책임연구원·논설위원

최근 제주도가 살고 싶은 지역으로 떠오르면서 이주자와 방문자의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인구의 증가는 교통난을 동반하는데, 제주도 역시 예외는 아니다. 2017년 1월 기준 제주도 전체 자동차 등록대수는 46만7243대(자가용 35만 6615대, 영업용 11만 628대)이며, 이 중에 승용차는 36만8293대(78.8%), 승합차 2만1139대(4.5%), 화물차는 7만6781대(16.45), 특수차는 1030대(0.2%) 순으로 많다는 사실은 신문기사를 통해 알 수 있다. 

또한 지난해 기준 제주시 지역 등록 자동차는 매일 68대로 나타났고, 세대당 보유대수는 194대이므로, 이는 한 가구에 2대 정도 보유하는 것이고, 제주 시민 1인당 0.77대를 보유하는 것으로, 전국 평균 0.42대보다 1.8배가량 높은 것이다.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보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교통 체증이 심한 곳이 제주시 노형동에서 공항 가는 길이라는데….

제주시 지역의 자동차 보유대수가 증가하면서 2017년 1월부터 신차 구입 시 중형차까지 차고지증명제를 시행하고 있다. 즉 전용 차고지가 없으면 승용차를 소유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에 대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교통정책이 추진되리라고 본다. 자동차 보유대수, 개인 차고지 등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선택 사항이다. 어떻든 주차난은 피부에 와닿는 우리 모두의 문제이다. 

주차난에 대한 현실은 공공시설이라고 다르지 않다. 사람들이 방문하려는 공공시설에 전용 주차 공간이 있는 경우와 그렇지 못한 경우가 있다. 전용 주차 공간이 있다고 해도 시간대에 따라 빈 공간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을 누구나 경험했을 것이다.

그럼 관광지의 주차는 어떤가. 관광지를 방문했을 때 주차 공간에 대한 생각은 그리 넉넉한 것도 아니다. 

거기 또한 주차난은 심각하니까. 원래 공공시설(관광지 포함)과 주차 공간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걸어가도록 공간 배치가 중요하다는 것은 이론에 불과한 것 같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공공시설을 건립할 때는 주차 공간 확보가 필수 요소이다. 제주시내에 있는 공공시설은 위치에 따라 충분한 주차 공간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시설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주차 공간을 마련하고, 목적지까지는 조금 걸어서 갈 수 있도록 동선의 길이를 최소화해 주변 환경을 조성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목적지의 정문까지 자동차가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을 것이나, 만약 자신의 기대와 달리 주차장이 멀리 떨어져 있어서 불편하더라도 공공시설이 갖는 한계점을 이해하고, 웬만한 거리는 걸어서 방문하겠다는 교통문화 의식이 확산되면 좋겠다. 

우리들은 주차 공간에 대한 고정관념을 갖고 있다. 공공시설물의 울타리 내에 주차장이 있으면, 10분을 걸어서 입구로 들어가게 되더라도 당연하게 여긴다. 

반면 공공시설물의 경계선 밖에 주차장이 있으면 비록 5분 거리에 있더라도 자신들을 걷게 만든다면서 방문객을 예우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우리들은 방문객이 누리는 특권에 대해서는 관대하고, 지켜야 할 의무에 대해서는 인색한 것 같다. 특권과 의무는 동전의 앞과 뒤와 같이 한 몸인 것을…. 

제주도에서만이라도 공공시설물까지 가는 길을 자동차가 아니라 걸어갈 수 있다는 교통문화 확산을 위한 사회운동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게 새로운 교통문화 조성의 출발점이 될 것 같다. 

제주도는 그 자체로 아름답고, 보는 사람들에게 여유와 휴식을 줄 수 있는 환경이므로, 제주 도민이건 외부 방문객이건 간에 주차장에서 목적지까지 좀 걷게 되더라도 당연하게 여기고, 걸으면서 시설물들을 좀더 잘 관찰하는 시간으로 삼으면 좋지 않을까. 공공시설에서 지켜야 할 교통문화를 제주도가 선도하는 그런 날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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