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량한 들판에 휠체어 두 대가 등을 보인 채 놓여있다. 거기에 나란히 앉아 수평선 너머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뒷모습은 쓸쓸한 삶의 이면을 과장 없이 풀어놓는다.

 사진작가 곽상필씨(47)가 그의 앵글에 담아낸 사진들은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담겨져 있다.

 8년 전 뇌경색으로 몸 한쪽을 쓸 수 없게 됐지만 사진만은 끝내 놓지 않았던 그이기에 그의 사진에는 화려한 기교 대신 살아있음의 행복과 세상에 대한 따스함이 묻어난다.

 혹독한 병마를 거친 후 그의 앵글은 장애를 가진 이들을 향해 열려 있다. 오는 23∼29일 세종 갤러리에서 열리는 세 번째 개인전 ‘상필이가 만난 사람들’에서는 그의 열린 시선을 만날 수 있다.

 그가 이번 전시회에서 만난 사람들은 사회복지법인 춘강에서 생활하고 있는 장애우들이다. 그들의 일상 생활을 담담하게 스케치하듯 그려내고 있다.

 그 자신처럼 장애를 겪고 있는 이들과 만나며 스스로 삶의 의미와 정체성을 찾는 일련의 작업들이다.

 특별하다고 할 수 없는 장애우들의 일상 속에서 그는 비슷하지만 매일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작은 변화의 순간을 바라본다.

 과장되지 않은 영상 속을 장식한 이들에게서는 슬픔과 분노 등 극단적 감정의 과잉 대신 차분한 일상의 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흡사 한번쯤 우리의 눈앞을 스쳐지나갔지만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았던 그 순간을 그렇게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그의 든든한 후원자이기도 한 김순택씨(세종의원 원장)는 이런 그의 사진에 대해 “세상의 끝에서 상처 입은 사람들이 꾸는 내일의 아름다운 꿈”이라고 말하고 있다. 전시개막=23일 오후 6시. 문의=757-6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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