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규 제주대 교수·논설위원

2000년대 초반 우리나라 한 대기업이 요즈음 우리가 일반적으로 쓰고 있는 스마트폰과 비슷한 개념의 제품을 출시한 적이 있다. 모델명이 'SPC-xxxx'로 기억이 되는 이 제품은 통신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윈도우를 탑재해 PC와 같이 서류작업이나 인터넷이 가능했다. 

그런데 이 제품은 시장에서 불과 몇 개월 만에 사라지는 운명을 맞이했다. 새로운 개념의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환영받지 못하고 시장에서 퇴출된 것이다. 이렇게 빠르게 시장에서 사라진 이유는 여러 가지를 들 수 있다. 

먼저 이 제품은 무겁고 크기가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기 어렵게 컸다. 콤팩트한 크기를 선호한 그 당시의 휴대폰 사용자들에게는 환영받지 못한 것이다. 또한 가격이 100만원대로 고가여서 일반인들이 당시에 구입을 결정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도 한 원인이었다. 그러나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콘텐츠의 부재였다.

현재 스마트폰의 사용이 대중화된 것은 이 제품을 통해 실시간으로 넘쳐나는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를 접할 수 있다는 점이라 할 수 있다. 

만약 콘텐츠가 빈약하다면 굳이 스마트폰을 사용할 필요를 느끼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정보전달 매체가 TV가 아닌 스마트폰이라는 조사결과도 있다. 

이렇게 풍부한 콘텐츠는 스마트화, 3D화라는 진보적인 IT기기 사용의 가속화라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왔다. 그리고 현재는 이러한 IT기기의 패러다임 변화가 역으로 콘텐츠 산업에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즉 스마트폰, 스마트 패드, 스마트 TV, 스마트 자동차, 스마트 헬스 등 보다 지능화된 스마트 기기와 서비스가 부각되면서, 콘텐츠 산업은 스마트 기기와 방송통신 서비스 산업 발전을 선도하는 핵심 산업이 된 것이다. 이렇듯 다양한 스마트 제품들의 빠른 확산을 가져온 원인이 바로 콘텐츠다. 소비자의 마음을 끌어들이는 다양한 콘텐츠가 제공되지 못한다면 아무리 좋은 스마트 제품이라 해도 대중으로부터 외면받기 쉽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스마트 IT 시대에 콘텐츠의 가치와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콘텐츠는 특성상 생산하는 지역이나 국가의 문화적인 요소를 담고 있기 때문에 풍부하고 독특한 문화나 유산을 가진 지역은 콘텐츠 산업의 육성에 유리하다. 

이런 점에서 보면 우리 제주는 콘텐츠산업에 좋은 소재를 풍부하게 갖추고 있다. 독특한 풍습이나 신화설화를 바탕으로 한 문화콘텐츠는 경쟁력이 있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현재 제주도는 '문화관광콘텐츠'를 지역의 주력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지역의 콘텐츠 산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서는 인간의 감성이 반영되고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의 개발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증강현실 및 가상현실'기술과 3D·4D 입체 파노라마 영상기술, 실감형 가상세계 인터랙션 기술, 초고용량·고품질 영상 제작 기술, 디지털 홀로그램 영상기술을 활용하는 차세대 콘텐츠의 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또한 스마트 단말 사용자가 보다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혁신적이며 이용자 지향적인 기술 개발이 요구된다. 아무리 좋은 콘텐츠를 개발했더라도 사용이 불편하다면 이용 주체인 소비자로부터 외면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지역의 첨단 콘텐츠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지방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다. 지역의 콘텐츠 관련 기업 역시 관련 기술의 도입을 통한 첨단 콘텐츠 제품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지역의 연구기관들의 관련 기초기술에 대한 연구개발 노력도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이 있을 경우 지역 콘텐츠의 경쟁력은 자연히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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