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 편집부장 대우

바야흐로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다. 1인 가구 급증과 고령화 추세로 반려동물 보유 가구가 증가하면서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펫팸족(Pet+Family)'이라는 신조어도 나왔다.

얼마전 고속도로 임실 오수휴게소에는 전국 최초로 반려동물 휴게소인 '펫 테마파크'가 문을 열었다. 농촌진흥청은 지난달 반려동물 전용 집밥 만들기 웹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도 했다. 19대 대선 후보들도 앞다퉈 반려동물 정책 관련 공약을 내놓았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고 아낌없이 돈을 쓰는 펫팸족이 있는 반면, 버려지는 유기동물이 증가하는 것도 현실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2015년 말 기준 지방자치단체에 등록된 반려동물 수는 97만9000마리다. 미등록 동물까지 고려하면 이미 100만은 넘었을 것이다.

2015년 유기된 반려동물은 8만2082마리로, 하루에 224마리가 버려졌다. 이 또한 구조나 포획돼 보호소에 들어온 경우만 집계된 것으로 실제 유기동물은 훨씬 많을 것이다. 개를 많이 키우다 보니 버려지는 개(72.7%)가 고양이(25.9%)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인구가 많은 대도시일수록 유기동물도 많았다. 전국 307개 보호소에서 수용가능한 유기동물 수는 2만2000마리 정도다. 수용력이 따라가지 못하다보니 사육 환경도 열악할 수 밖에 없다. 보호소에 들어온 유기동물은 한달도 채 머물지 못한다. 그 사이 주인을 찾지 못하면 안락사 시킨다. 보호소에 들어온 유기동물 5마리 중 2마리 이상이 보호소에서 생을 마감하는데 자연사·안락사를 합치면 전국에서 하루 100마리가 쓸쓸한 죽음을 맞는다. 2015년 한 해 유기동물 처리에 들어간 국민세금은 123억8000만원에 달한다. 

작고 귀엽다고 쉽게 사서 키우다 병들고 싫증나면 망설임없이 버리는 잘못된 문화는 큰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애완견을 번식시키는 일부 개공장(Puppy Mill)의 행태는 동물을 돈벌이 수단으로 취급하는 비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지난 2014년부터 반려동물 등록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생명 경시 풍조속에서 제도를 강제한들 무슨 효과가 있을까. 진정한 펫팸족이라면 나의 가족이 되어준 생명에 대한 존중과 책임감부터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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