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형 정치부 차장

호가호위(狐假虎威). 여우가 호랑이의 위세를 등에 업고 다른 약한 동물 위에 군림한다는 뜻의 고사성어다. 한번은 호랑이가 여우를 잡았다. 그러자 여우가 호랑이에게 "나는 천제의 명을 받고 내려온 사자다. 네가 나를 잡아먹으면 나를 백수의 왕으로 정하신 천제의 명을 어기는 것이다. 만약 내 말이 믿기지 않는다면 내가 앞장설 테니 내 뒤를 따라와 봐라. 나를 보고 달아나지 않는 짐승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호랑이는 여우의 말을 듣고 여우의 뒤를 따라갔다. 그랬더니 여우의 말대로 만나는 짐승마다 모두 달아나기에 바빴다. 사실 짐승들을 달아나게 한 것은 여우 뒤에 따라오고 있던 호랑이였던 것을 호랑이는 몰랐다. 

제19대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지난 17일부터 시작됐다. 문재인,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심상정 등 대선후보들은 1분1초를 쪼개 전국을 누비며 표심을 공략하고 있다. 제주에서도 도내 정당들이 일제히 선거대책위원회를 발족하고 대선 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제주지역 선거대책위원회들은 제주 관련 대선 공약을 발굴하고, 도민이 몰리는 곳마다 찾아다니며 자신들의 정당 후보를 선택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등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도내 정당 당직자와 당원, 지지자 가운데 일부는 마치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대통령이 된 것으로 착각하는 모습이란 비판을 받기도 한다. 관계자 입장에서 보면 제주 현안을 대선 후보에게 전달하고, 시간을 쪼개며 후보자를 대신해 유세하는 등 바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도민은 그런 상황을 '남의 일'로 인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나, 지지자, 당직자 등의 조심성 없는 행동이나 말투가 곱게 보이지 않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장미대선'이 치러지는 것은 최순실 게이트라고 불리는 이른바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이 원인이다. 중국 후한말 영제때 조정을 장악했던 환관을 지칭하는 '십상시'가 제국을 망하게 했던 것처럼 박근혜 전 대통령도 국정을 농단한 주변 인물과 같이 몰락했다. 대선 후보를 돕는 주변인들은 십상시나, 호랑이를 뒤에 세워 놓고 걸어가는 여우가 아닌 도민만을 생각하는 참모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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