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월드컵’에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침체된 관광 분위기를 다시 일으키고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노리고 있다. 그 바탕이 되는 것은 다름 아닌 중국인 관광객. 이런 기대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준비는 턱없이 부족하다. 지금 상태에서 제주를 둘러보고 간 중국인 관광객이라면 주변 사람들에게 “제주에서 푸대접을 받았다”고 전할 수밖에 없다.

△꼭꼭 숨어라 중국어 메뉴판=제주시내에서 한식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모씨(50·제주시 삼도2동)는 “중국어 메뉴판 같은 걸 생각해 봤지만 나중에 ‘잘못됐다’고 지적을 받거나 ‘공통 메뉴’같은 것이 나올까봐 망설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서귀포시내 몇몇 식당에는 중국어 메뉴판이 있다. 문화시민운동 서귀포시 협의회에서 친절협약을 맺은 관내 165군데 업소를 포함 200군데에 중국어 메뉴판을 비치했다.

나머지는 아직이다. 한국음식업중앙회 제주도지회에서는 “문화시민운동 서귀포시협의회와의 협약으로 서귀포시내를 시작으로 전도에 중국어 메뉴판을 설치할 것”이란 입장이다. 하지만 문화시민운동 서귀포시 협의회에서는 “예산이 부족해 협약을 맺은 업소 외에는 중국어 메뉴판을 제작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자치단체가 나서 표준안을 제시해 주는 것도 아니다. 결국 “중국어 메뉴판 같은 것이 필요한 경우 협회로 연락하면 자문위원 등을 통해 도움을 주겠다”는 음식업중앙회 도지회 관계자의 말대로, 알아서 할 수밖에 없다.

△어설픈 한자 표지판=“‘화장실(化粧室)’이 뭐 하는 곳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한 중국어 관광 가이드의 귀띔이다. 중국인들이 관광을 하는 내내 눈에 거슬려 하는 것은 다름 아닌 ‘한자 표지판’이다.

사실 공항이나 관광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안내(案內)’‘비상구(非常口)’‘도착(到着)’‘수하물(手荷物)’‘여권(旅券)’ 등은 중국인들이 이해 못하는 단어.

안내라는 뜻의 중국어는 ‘介紹’이고, 도착은 ‘到達’이다. 화장실은 ‘洗手間’이나 ‘洗手所라고 표시한다.

중국인이 이해 못하는 한자 표시판은 실은 일본인을 위한 것이다. 지난해 제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28만7700여명. 이중 50%에 해당하는 14만여명이 일본일 관광객이다. 중국인 관광객은 7만명 선이다.

이런 한자 표지판이 수긍이 가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본에서도 ‘화장실(化粧室)’이란 말 보다는 ‘お手洗い’ ‘手洗所’란 말을 보편적으로 쓴다.

결국 현행 한자 표지판은 일본 관광객을 겨냥하되 우리 편의에 맞춘 어정쩡한 선택인 셈이다.

△“정보가 있어야지…”=중국인 관광객들은 ‘음식문화’의 차이에서 가장 불편을 느꼈다고 말한다.

실제 중국인들은 바닥에 앉는 습관이 없기 때문에 식당에서나 숙소에서나 의자와 침대를 선호한다. 항상 따뜻한 물을 먹는 습관이 있어서 찬 물을 대접하면 냉대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물건을 살 때 역시 종업원이 일일이 따라다니며 상품을 설명하고 권하면 ‘나를 속이려 한다’고 오해하기 일수다.

식당이나 유통매장 등에서 중국인 관광객을 꺼리는 것도 이런 차이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갭을 줄이려는 노력이 없다는 것.

자치단체에서도 중국인 관광객 전용 식당을 별도로 운영하겠다는 말을 할 뿐 관련한 정보를 알려주는데는 소극적이다.

오사카시가 운영하는 월드컵사이트에서는 재미있는 강좌를 찾을 수 있다. ‘부침개를 만들며 배우는 한국 음식문화’. 월드컵 자원봉사자를 대상으로 왜 이런 강의를 하냐는 질문에 오사카 월드컵조직위 관계자는 “누구든 오사카를 찾아오는 사람에게 편안한 분위기를 제공하기 위해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조직위들에서도 경기를 치를 나라를 중심으로 한 문화 체험 프로그램과 친절 아이디어 공모를 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묻고 싶은 부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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