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은 제주도농아복지관장

농아인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장애의 정도가 드러나지 않는다. 그들이 겪는 불편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음으로 인해 별 관심과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장애인복지를 한다는 사람들 역시 농아인을 위한 활동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약하다. 따라서 농아인을 위한 복지서비스나 자원 활동의 내용과 방법이 체계적으로 마련되지 않고 있으며 이는 농아인들의 자립과 재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농아인은 수어라는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갖고 있다. 그런 농아인이라 해서 사회와 떨어져서 살아갈 수 없다. 그러나 사회는 농아인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배려에는 무관심하며 농아인들의 문화를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이러한 현실이 계속된다면 농아인에게 있어 삶의 질 향상은 상대적으로 낮아질 것이며 농아인은 생존 그 자체를 위한 몸부림을 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는 농아인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우선 농아인의 눈높이에 맞춘 맞춤형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말하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장애에서 초·중·고·대학교육까지 받는다해도 교수학습 방법이 비장애인의 입장에서 수립된 것이다. 농아인들에게는 근본적으로 맞지 않은 방법으로 교육을 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농아인의 학습 정도는 매우 낮을 수밖에 없다.

농아인에게 알맞은 교수학습 방법을 개발하고 이에 의한 교육이 이뤄지는 특화된 교육시설이 운영돼야 한다. 농아인들에 맞는 교재와 방법(수어 등)으로 교육함으로써 농아인들이 사회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지식과 기술을 습득해 사회에 순기능하는 사회구성원으로서 더불어 살 수 있는 길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의 모든 곳에서 의사소통의 장벽을 없애야 한다.

자신의 의사를 표시하고 남의 의사를 수신할 줄 아는 언어 소통의 능력을 인간의 조건 중의 최고로 꼽는다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언어 소통이 인간의 삶에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농아인들은 여전히 1차 사회인 가정에서, 2차 사회인 사회에서 소외되고 고립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청각장애자 복지회의 조사결과 농아인과 의사소통에 있어서 공공기관의 경우 수어통역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곳이 거의 1/2에 이를 뿐만 아니라 더욱 문제인 것은 수어통역 이외의 방법이나 대상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2/3이상이라고 하는 점이다. 결국 제도적 지원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 하겠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우선 수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을 많이 배출해야 한다. 그리고 공공기관, 다중이용시설, 은행, 항만, 공항, 방송, 안내소, 복지시설 등은 수어통역사를 배치해 농아인들에게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 특히 의료, 법률, 수사 등의 영역에서는 보다 전문적인 의사소통 수단을 마련해 억울한 피해를 예방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수화통역사 양성, 수화통역사의 자질 함양, 수화통역사 처우개선 등의 정책도 함께 시행해 질 좋은 수화통역 서비스를 제공해야 의사소통의 장벽을 해소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수어를 배움으로써 수어만 배우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농문화에 대해서도 학습하게 됨으로써 수어뿐만 아니라 농문화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가능케 한다. 이로써 농아인과 건청인간이 더불어 사는 공동체적 가치를 서로 나눌 수 있는 것이다. 

농아인에 대해 알고자 노력한다면 농아인을 위한 활동은 이미 시작된 것이다. 우리의 농아인 복지는 실현해야 할 과제가 아직도 산적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막 이뤄내기 시작한 수어언어법 제정에 따른 후속조치들이 정책에 제대로 잘 반영돼 수어통역사를 파견하고 관리하는 시설을 다양화하고, 수어통역사 양성기관을 설치해, 농아인 3~5명당 1명의 수어가능 인구 비율의 사회가 되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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