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경 제주국제대학교 호텔관광학과 교수

2006년 독일 하노버에서 시작된 인더스트리 4.0이 4차 산업혁명으로 진화 중이다.

독일 지멘스가 운영하는 가상물리시스템(CPS) 기반의 디지털 공장에서는 부품이 설비를 제어하며 스스로 제품의 완성도를 높여 나간다. 초당 1개 제품 생산, 당일 배송 99.5%, 자율공정전환 1일 350회, 불량률 0.0011%로 현실적인 6시그마 수준이다.

ICBM(IoT, Cloud, Big Data, Mobile)의 파괴적 기술을 선두로 인공지능, 로봇공학, 3D 프린팅, 블록체인 등 미래기술이 만들어내는 상품은 사람들에게 복합적이고 차별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60여개의 혁신학교 '피테크(P-TECH)'를 설립한 IBM은 과학, 기술, 엔지니어링, 수학을 집중 가르친다. 변화 적응력과 복합문제 해결능력을 갖춘 맞춤형 '뉴칼라'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다. 기존 지식을 폐기하고(Unlearning) 교육방식을 바꾸는 것은 인공지능(AI) '왓슨'의 몫이다. 

"무선이 완벽하게 적용되면 지구는 거대한 두뇌가 되고, 전화기는 조끼 주머니에도 들어간다" 
1926년 천재 과학자 니콜라 테슬라의 핸드폰 출현 예측, 아니 그의 과학적 미래비전은 현실이 됐다. 이제 우리는 2040년경 기술이 인간을 초월하는, 즉 인공지능이 인간지능을 앞서는 인류역사의 구조적인 단절(Singularity) 논쟁을 진지하게 들여다보게 됐다. 

인더스트리 4.0은 단순한 기술적 변화에 그치지 않고 기존 제도와 방식을 허물며 사회 및 경제구조에 큰 변화, 새로운 빅뱅을 예고하고 있다. 사물인터넷과 함께 포춘 500대 기업의 40%가 교체되고 2020년까지 51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고 한다. 나이키가 닌텐도와 경쟁했다면 항공사들은 여행 없는 가상현실(VR)과의 경쟁이 불가피하다. 캠퍼스 없는 혁신대학이 생겨나고 대량고용은 해체되며 도구화된 개인은 '초지능화'와 '초연결성' 현실에 노출된다.

각국의 정부와 기업들 모두 사활을 건 싸움을 시작했다. 안정된 빈곤보다는 고통이 수반되는 변화를 선택하는 것이다. '첨단제조파트너십'(미국), '신사업구조비전 2016'(일본), '제조업 2025'(중국), '제조업혁신 3.0'(한국) 등 전략과 정책을 앞세워 과제를 발견하고, 제도를 정비하며, 오픈 플랫폼을 운영한다. 

한국의 상황은 녹녹치 않다. ICT융합분야기술에서 미국과 3∼6년의 격차가 난다. 지난해 스위스 유니언뱅크가 발표한 '국가별 4차 산업혁명 적응 준비 순위'에서 한국은 싱가포르(2위), 홍콩(7위), 일본(12위), 대만(16위)에 이어 25위에 그쳤다. 인구구조 변화, 기업경쟁력 약화, 국외 정치 변수의 불확실성과 국가 리더십 이슈는 추가로 감당해야 할 과제들이다.

우리에게 아직 골든타임이 남아있는가.

ICT 인프라와 제조업 경쟁력, 인적 자원이 우리의 경쟁우위다. 전략이 세워지고 방향이 설정되면 속도의 문제다. 최근 발간된 미래전망서 「기술이 미래를 바꾸는 순간」을 통해 유망 기술의 '티핑포인트'는 2023∼2028년으로 전망된다. 인재를 확보하고 실패를 통해 기술을 축적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저성장 시대 제주의 미래 먹거리와 일자리 고민은 더 깊다. 고용의 질과 고용창출 역량이 기대 밖이다. 역설적이게도 4차 산업혁명을 잘 준비하면 해법이 보인다. 기술과 일자리는 대체관계가 아니라 보완관계이기 때문이다.

'2030 카본프리 아일랜드' 비전 아래 스마트관광 뿐만 아니라 스마트그리드, 바이오 6차 산업, 그리고 전기차 특구 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돼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유망 산업들의 가치사슬(Value Chain)을 분석해, 필요역량을 정의하고, 역량에 맞는 맞춤형 인재가 양성되는 창의적 산학협력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시간이 없으면 인재를 영입하고 유지하는 것도 우리가 감당해야 할 중요한 과제다. 사업은 결국 사람이며 제주 4.0의 핵심도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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