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갑열 제주관광공사 사장

일상생활에서 시각디자인, 그리고 컬러마케팅이 매우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의류와 가전, 승용차, 일상소품, 음식 등 이른바 비쥬얼(Visual) 마케팅으로 대부분의 기업들이 소비자에게 감성적 구매를 호소하고 있다. 컬러마케팅은 제조업뿐 아니라 관광분야에도 적용되고 있다. 우리가 매체에서 쉽게 접하는 뉴욕의 타임스퀘어 광장은 LED를 활용해 도심관광의 중심으로 우뚝 섰고, 몇년 전 '꽃보다 할배'라는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에게 알려진 크로아티아는 건축물의 색깔이 흰색과 주황색 지붕으로 통일돼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고 있으며, 그리스의 산토리니(하얀색과 파란색), 우리의 가파도 역시 초록색 청보리와 주황색 지붕이 참 아기자기하게 잘 어울린다. 이러한 장소를 방문하고 난 후, 우리는 자연스레 '장소=색깔'을 연상하게 된다.

그렇다면 제주를 방문했던 관광객은 제주의 어떤 색채 혹은 색깔을 기억할까. 봄에는 유채와 벚꽃, 한라산의 연분홍 진달래, 여름에는 파란 바다와 초록 숲길, 가을의 은빛 억새와 감귤색, 겨울에는 단연코 하얀색 옷을 입은 한라산을 꼽고 있다. 이러한 의견으로 봐 제주 역시 색깔을 활용한 감성마케팅, 그리고 장소마케팅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지난 1월부터 성산 등 일부 지역에서 시작된 유채꽃은 4월에 제주도 전역으로 확산됐고, 특히 가시리 마을은 '노란 물결'의 대명사가 됐다. 

사실 유채꽃은 제주뿐 아니라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도 많이 있고, 그들 국가에서는 수 ㎞에 이르는 노란색 대평원을 이루고 있지만, 노란 물결의 매력은 제주가 훨씬 좋다는 느낌을 받는다. 단순히 노란색 평원이 아니라 제주는 마을과 오름, 해변풍경, 돌담과 어우러지면서 아기자기하고 소박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이처럼 제주는 봄과 여름, 가을을 상징할 수 있는 콘텐츠와 색채가 다양하고, 관광업계에서도 이를 적극 활용해 마케팅 하고 있다. 하지만 겨울에는 흰색의 한라산 눈꽃 이외에는 소구할 수 있는 색채가 부족해 보인다. 제주뿐 아니라 사계절을 보유한 대부분 국가의 공통된 고민거리다. 이들의 대표적인 공통점은 도심 속 조명을 활용하는 것. 유럽이나 일본에서는 겨울철 대표 축제로 일컬어지는 크리스마스를 마켓(market) 혹은 마트(mart)를 결부해 '크리스마켓 혹은 크리스마트'라는 대대적인 이벤트를 추진한다. 제주는 한라산이라는 상징적인 콘텐츠, 그리고 겨울에도 초록을 뽐내는 동백나무와 빨간 동백꽃이 있어서 지역 상권 조명과 결합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콘텐츠가 되리라 본다. 

관광객이 기억하는 제주의 색, 그리고 제주에서의 추억을 색채마케팅에 옮기는 컬러마케팅이 필요하다. 유휴지에 계절별로 유채, 산수국, 해바라기 등 꽃을 심어서 제주를 '천상의 화원'으로 만드는 전략, 차별화된 색채 전략으로 컬러마케팅 노력도 필요하다. 제주 마을의 소박함, 바다와 어우러져 다양한 색깔을 뽐내게 된다면, 관광객은 비행기에서부터 제주의 아름다움에 매료되고, 설렘을 갖는 동시에 제주의 색깔을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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