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로운 가로수, 모자반".
제주 바다의 비경을 카메라에 담아왔던 수중사진가 고 이성환씨의 유작 사진이 「이야기로 읽는 제주바다」라는 한 권의 책으로 세상에 다시 나왔다.

지난 1995년 마흔의 나이에 지병인 간암으로 세상을 떠난 이씨는 도내에서는 처음으로 수중사진전을 개최하는 등 숨겨진 제주바다의 아름다움을 세상에 알려왔다.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관장 이영배)이 펴낸 「…제주바다」는 고 이성환씨의 유작 사진 200컷과 함께 한국해양연구소 책임연구원 제종길씨(47)의 글이 덧붙여졌다.

딱딱한 생물 도감이 아니라 고인이 제주바다 곳곳을 누비며 감탄해마지 않았던 추억의 바닷길을 더듬는 에세이 형식으로 글이 전개돼 일반인들도 부담 없이 접할 수 있다.

제주 섬의 신비한 바다 세계로 출발하는 제종길씨의 글은 제주바다의 물고기, 암초성벽, 난파선 등 갖가지 사연을 담은 바다 속 신비를 특유의 입담으로 풀어놓는다.

특히 고 이성환씨가 남긴 희귀한 사진들은 바다의 비밀스러움을 우리 눈앞에 내놓는다. 붉은 빛 산호 정원 속에 얼굴을 감춘 채 바깥을 조심스럽게 바라보는 물고기와 잔뜩 몸을 부풀은 가시복과 산호 가지에 들러붙은 담홍말미잘은 절로 웃음 짓게 한다.

지상의 어느 꽃보다 더 환한 빛으로 우리의 시선을 잡는 진홍나팔 돌산호와 붉은 연산호를 탐하듯 올라앉은 게의 모습은 다양한 바다의 모습을 선사한다.

이렇듯 그가 남긴 사진에는 바다 밑 세상의 신비와 함께 지상의 그것 못지 않은 분주함과 유머가 함께 어우러져 있다.

고인의 유족인 동생 이성예씨(44)는 “늦게나마 오빠가 생전에 작업한 사진들이 책으로 나오게 돼서 너무 기쁘다”며 “이제는 고등학생이 된 조카들에 아빠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다행”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조천읍 출신인 고 이성환씨는 오현고와 단국대학을 졸업, 대한수중협회·세계수중연맹 국제공인강사를 지냈다. 생전에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 특별전 ‘제주연안수중생태사진전’과 개인전 ‘청색의 화산도’를 연 바 있다.

비매품 500부 한정판으로 발간된 이번 책자는 구입 희망자를 위해 민속자연사박물관은 별도로 판매용 책자를 발간할 계획이다. 구입문의=753-87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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