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든 것들은 늘 그랬다. 쉽게 칼날 같았고 쉽게 울었고 쉽게 무너졌다. 이미 병들었는데 또 무엇이 아팠을까. 병든 것들은 죽고 다시 오지 않았다. 병든 것들은 차오르는 물 속에서 죽음 이외에 또 무엇을 알았을까. 다시 오지 않으리라 생각했다/그리고 어느 마른 날. 떠나 온 길들이 아득했던 날 만난 붉은 지층/왜 나는 떠나 버린 것들이 모두 지층이 된다는 걸 몰랐을까” 허 연 ‘지층의 황혼’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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