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후 전4·3연구소장 「4·3으로 만나는 자이니치」

"침묵과 봉인으로는 4·3의 뿌리 깊은 아픔과 슬픔을 치유할 수 없습니다. 말문을 트고 배우며, 더불어 춤추며 노래하며 연주하는 길만이 희생자의 영혼과 교감하며 살아남은 자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습니다"

벌써 20년은 된 호소문은 한 글자 한 글자가 아프다. 지난 1998년 4·3오사카 위령제를 눈물바다로 만든 종이에는 '침묵의 두꺼운 벽' '역사의 진실' 등의 단어가 등장한다. 그리고 지난 22.23일 일본 도쿄와 오사카에서 내년 70주년을 생각하는 위령제가 현지에서 봉행됐다. 처음 생각과 마음은 시간이 흘렀어도 여전하다.

김창후 전 제주4·3연구소장이 제주대학교 재일제주인센터 연구총서로 발간한 「4·3으로 만나는 자이니치」의 바닥에 깔린 감정이기도 하다.

김 전 소장은 자이니치 정치학자(문경수 리츠메이칸대 교수) 시민운동가이자 오사카4·3희생자유족회 장, 시민운동가에서 리츠메이칸대 교수가 된 정아영씨, 장정봉 시민운동가, 조동현 전 조선신보 기자.4·3을생각하는 모임 도쿄 대표, 고이삼 신간사 대표를 만나 일본 내 4·3운동을 살폈다. 4·3이란 접점을 걷어내면 조국의 무관심과 경계인의 한계, 이념 갈등 등으로 고되고 험난했으며, 아팠던 재일한국인들의 역사가 남는다.

일본에서 진행된 4·3의 흐름을 상징하는 김석범 소설가의 문화칼럼 '기억의 부활', 김시종 시인의 '4월이, 먼 날이여', 문경수 교수의 4·3시론 '침묵의 벽을 넘어서는 또 하나의 길'을 실어 이해를 돕는다. 진인진.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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