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영 제주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소장·논설위원

'너른 하늘 우러르며 영혼의 방 한 평 넓히기, 새들의 노랫소리에 맞추어 한줄기 휘파람 불기…' 정연복 시인의 '소박한 행복론'의 구절이다. 요즘처럼 각박한 세상에 이런 감성을 헤아릴 여유가 있다는 것도 감사한 일인 듯싶다.

5월 '황금연휴'를 기다리며 좋아하는 내 모습에 친구가 부럽단다. "난 그 기간에 일해야 해서 애들을 어디에 맡겨야 하나 걱정이야" 순간 친구에게 너무나 미안해졌다. 그런데 그 미안함이 왜 나의 몫이어야 할까.

가정의 달 5월이다. 계절의 여왕을 맞이하며 황금연휴라는 '보너스'까지 받아든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각종 여행상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황금연휴는 이번 주말인 29일과 30일, 근로자의 날(5월1일)·석가탄신일(3일)·어린이날(5일)을 거쳐 다음 주말 6·7일과 대통령선거일인 9일까지 징검다리 휴일이 낀 기간을 말한다. 최장 11일간 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앞두고 기대 못지않게 걱정의 목소리도 들린다.

한 학습지 회사가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학부모 10명 중 6명은 황금연휴나 단기방학을 반갑지 않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로는 '출근으로 아이 혼자 집에 있게 될 것 같아서(46%)'를 가장 많이 꼽았다. 가족여행은 언감생심, 같이 있어주지 못하는 미안함과 부모나 이웃에게 부탁해야 하는 부담, 홀로 남겨질 아이에 대한 걱정이 현실인 셈이다.

저출산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이 그 어떤 것보다 우선돼야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내달 9일 '장미대선'에 출마한 후보들도 관련 공약을 내놓고 있다.

후보들의 저출산 관련 공약은 주로 보육과 아동수당 위주다. 특히 보육공약은 육아휴직에 집중돼 돼 있다. 여기에 문제가 있다. 육아휴직은 주로 정규직에게나 해당될 뿐 비정규직에게는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다. 

한국의 노동시장 구조상 비정규직·저임금 종사자의 상당수가 여성인 현실을 감안하면 많은 여성들이 육아휴직에서 배제돼 있기 때문이다. 보육은 단순히 저출산 해결을 위한 복지문제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고용의 문제와 함께 해결해야 될 과제인 이유다. 

육아휴직제도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웨덴에선 어린 자녀를 둔 부부는 누구나 부부 합산 총 480일의 육아휴직을 쓸 수 있다. 480일 중 아빠와 엄마는 각각 최소 90일을 사용해야 하며 390일 동안 월급의 약 80%를 정부로부터 지원 받는다. 2008년부터는 부모의 자녀양육 분담을 위해 '양성평등 보너스 제도'를 도입했다. 남성의 육아휴직시엔 세액공제 혜택까지 주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육아휴직급여로 월 통상임금의 100분의 40을 주는 것과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무엇보다 양성평등의 관점에서 복지정책을 실현하고 나아가선 국가의 경쟁력으로 승화시키고 있다는 점은 부러울 수밖에 없다.

황금연휴에 아이 맡길 곳 없어 전전긍긍해야 하는 맞벌이, 육아휴직이라는 말도 못 꺼내보고 사직서를 낼 수밖에 없는 비정규직의 눈물과 서러움을 닦아줄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보육시설 확충이나 아동수당 지급만으로는 출산율을 높이기 어렵다. 우선 육아휴직급여의 소득대체율을 높이고 육아휴직 실시 중소기업에 대한 실질적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방안이 있어야 한다.

비정규직도 눈치 보지 않고 육아휴직을 쓸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지역에 국·공립시설을 확대 운영하고 보육교사들에 대한 처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사교육비 걱정 없이 공교육만으로도 개천에서 용이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시설과 제도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기업환경과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더 이상 개인과 가정의 책임만이 아니다. 워킹맘·맞벌이 부부가 아이 걱정을 덜고 소박한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대한민국이 돌보고 키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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