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익 제주대학교 일어일문학과 교수 논설위원

언론 보도에 의하면 올 1분기 실업자 수는 116만7000명, 그 중 대졸 이상 학력이 거의 절반인 54만3000명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전체 실업자 수는 1.2% 늘었지만, 대졸 실업자는 9.2%나 급증하는 등, 분기 기준 대졸 실업자가 처음으로 50만 명 이상인 시대가 왔다. 좋은 일자리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공무원, 공기업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생 수가 2011년 18만5000명에서 지난해에는 25만7000명으로 38.9%나 급증했다. 반면 많은 중소기업들은 사람을 구하지 못해 외국인 불법체류자를 써야 할 정도로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 

우리의 현실과는 사뭇 다르게 이웃나라 일본은 지난해 초에 97.3%라는 역대 최고의 청년 취업률을 기록하고 있다. 90년대 초, 버블경제의 붕괴로 20여년간 불황에 빠져 있었고 크고 작은 자연재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에서 이룬 성과라 그저 부럽기만 하다. 내부적으로는 이유가 있겠지만 숫자상으로는 현저히 비교되는 한국과 일본 청년의 취업 현실이다.

이와 같은 우리나라의 심각한 청년 취업난은 대학의 풍토를 크게 바꿔놓았다. 취업률이 곧 대학과 학과의 서열을 매기는 잣대가 돼 순수 학문은 외면당하고 취업에 유리한 전공으로 재편되고 있다. 문과와 이과를 넘나들고 예술마저 가미한 융·복합체재로 전환하는 등 취업 일변도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대학은 학생을 유치하기 위한 최상의 수단으로 졸업생들의 취업에 사활을 걸고 있고 학생들은 학생들대로 단군 이래 최고라는 스펙 쌓기에 거의 모든 시간을 바치고 있다. 대학뿐만 아니라 정부와 지자체는 각기 온 힘을 청년 일자리 만들기에 힘을 쏟고 대선주자들도 각종 장밋빛 일자리 공약을 도깨비 방망이 내리치듯 내놓고 있지만 현실의 취업 성적표는 참으로 초라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겉으로 보기에는 탄탄한 제도적 뒷받침이 마련된 것처럼 보이지만 청년들이 원하는 삶의 질이 보장되는 양질의 일자리가 많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좋은 일자리가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어서 현실과는 괴리가 커 보인다. 인력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을 마다하고 미래가 불투명한 공시생을 택하고 있는 것은 임금과 복지가 차별없이 행복과 만족이 보장되는 일자리가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높은 취업률을 자랑하는 일본의 취업 환경은 어떠한가. 물론 우리에 비해 졸업생 수가 적고 일관된 엔저정책 유지로 기업의 실적 개선이 따랐기에 취업 여건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나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우리와는 달리 대학의 교육방식을 존중하는 기업의 취업 문화가 자리 잡고 있기에 가능하다. 도제식(徒弟式)교육으로 지도교수와 학생이 밀착돼 단계적이고 심층적 진로지도를 통해 자연스럽게 취업을 지도하는 방식이 이어져왔고 기업은 스펙 대신 지도교수의 추천과 인성, 적성, 창의성을 중시해왔다. 이와 같은 취업 방식은 소득이 적더라도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맞춰 종신고용이 보장된 안정적인 중소기업을 자연스럽게 선택하게 하는 등 양질의 일자리에 대한 인식변화를 불러와 취업률 상승에 일조를 했다.

제주도 내 청년 일자리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고용률이 전국 최상위라고 하지만 청년들이 찾는 양질의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하다. 지방대생 채용의 의무화와 고용할당제도가 정착돼야 하겠지만 일본의 청년처럼 개인의 인식변화가 우선돼야 한다. 또한 도에서 실시하는 "글로벌 인재양성 해외인턴·취업지원" 사업 등을 더욱 활성화시켜 우리 청년들의 좋은 스펙과 성실성을 높이 사는 일본과 같은해외 기업 취업에도 적극 나서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지금은 사회 전체가 에코 세대 청년들을 적극적으로 도와줘야 할 시기다. 이 시기가 지나면 청년 실업이라는 단어가 사라질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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