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가림 호서대학교 교수

우리는 5월 9일 새로운 지도자를 선출한다. 국가 초유의 현직 대통령 탄핵으로 헌정 사상 첫 조기 대선을 치르게 됐다. 탄핵 대통령에 대한 범죄 여부는 머지않아 법정에서 가려지겠지만 공과(功過)의 문제는 후일 역사에서 밝혀질 것이다. 현재 한국은 전례 없는 위기적 상황에 직면해 있다. 

특히 안보와 경제가 그렇다. 위기는 위험과는 달리 바로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안 된다. 외국인들은 한민족의 중요한 특성으로 이런 저력을 복원력(resilience)이라고 했다. 사실상 우리의 역사는 국난극복사라 하리만큼 수많은 국난을 극복해 왔는데 이는 온 국민이 결연한 의지로 분기할 때 가능했다. 바로 이런 점에서 이번 대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우리는 작금의 위기상황을 잘 관리하면서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지도자를 선택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번 대선에 후보로 등록한 출마자만도 열다섯 명이나 되는데다가 매스컴에서 주로 다루는 후보도 다섯 명이나 된다. 그러다보니 유권자가 이들 후보를 검증해서 선택하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을 것이다. 일찍이 플라톤은 육성으로 소통할 수 있는 5400명의 인구를 가진 국가를 이상적인 국가 사이즈라고 했다. 그러나 그건 아테네의 도시국가에서나 가능할지 몰라도 우리의 정치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후보들의 일방적인 말이나 공약이 얼마나 정확한 현실 인식에 근거하고 실현 가능한 것인지를 따지면서 지도자로서의 능력과 인품을 갖추고 있는지를 검증해 선택할 수밖에 없다. 

일찍이 공자는 말을 알아야 사람을 알 수 있다고 해서 「논어」 말미를 "말을 알지 못하면 사람을 알 수 없다(不知言 無以知人也)"는 말로 끝을 맺었다. 말은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주고받는 수단이자 매체이니 그것이 없으면 서로의 이해는 불가능하게 된다. 특히 말은 그 말이 쓰이는 나라의 사회적 배경이나 의식 그리고 분위기에 따라 결정되고,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의 사고 패턴을 형성하고 그것을 행동으로 인도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때문에 우리의 사고와 행동은 우리가 사용하는 말에 의해 결정된다고 한다. 사람의 생각과 감정을 전달하는 수단으로서의 말은 그것을 만들어 내는 사람의 자질과 인격에 따라 내용과 수준을 달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다.

그러므로 한 나라의 국정을 책임지겠다는 대선후보의 말이라면 수준 높은 국정철학과 정치적 비전을 담고 있어야 하고, 뚜렷한 정치적 이념과 이상도 제시돼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남다른 도덕성과 정치적 책임감도 돋보여야 한다. 때문에 분명히 해야 하는 사안이나 개념을 얼버무리거나 어정쩡한 태도를 보여서는 절대로 안 된다. 왜냐하면 최고지도자는 막중한 국정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뿐만 아니라 국민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인간적 친밀감과 신뢰성도 지니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대선후보가 어떤 사람인가를 알기 위해서는 그들이 쏟아놓는 말의 의도와 진의가 무엇인가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제 우리는 어떤 후보를 선택해야 안보를 챙기고 경제도 살리면서 나라를 안정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지를 선택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 서 있다. 선택의 초점을 그들의 말과 공약에 맞춰 면밀히 검증하고 현명하게 선택하는 똑똑한 유권자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만에 하나 자초적인 좌절과 자취적인 혼미를 감수하지 않으면 안 되는 어리석은 유권자가 될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사탕발림의 말에 현혹되거나 한갓 선심공약에 불과한 공약(空約)을 공약(公約)으로 믿는 우를 범해서도 안 된다. 다시 말하면 어느 후보가 안보의 적임자이고 경제적 빈곤과 불만을 퇴치할 수 있는 경험과 능력의 소유자로 국민의 불편과 고통을 어루만지면서 보다 나은 한국을 위해 함께 나가자는 따뜻하면서도 강력한 후보인지를 가려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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