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2002북중미골드컵축구대회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졸전 끝에 8강에 진출했다.

한국은 24일(한국시간) 미국 패서디나의 로즈보울구장에서 열린 대회 B조 2차전에서 변변한 공격기회를 살리지도 못하고 그나마 맞은 득점 기회마저 골로 연결시키지 못하는 무기력한 경기 끝에 쿠바와 득점없이 0-0으로 비겼다.

이로써 승점 1(1무1패)이 된 한국은 쿠바와 동률을 이뤘지만 다득점에서 앞서 미국(승점 6·2승)에 이어 조 2위로 8강에 진출, 28일 A조 1위 멕시코와 맞붙는다.

비록 야간경기로 펼쳐져 기온이 떨어졌다고 하지만 한국 선수들의 굼뜬 움직임은 시종 실망스러움 자체였다.

공격진이나 미드필드, 수비진을 가릴 것 없이 패스는 수시로 끊겨 오히려 위험한 역습 기회를 자주 허용했고 어쩌다 맞은 득점기회마저도 어이없는 실축으로 허비하는 등 실망스러움으로 일관했다.

전반 5∼6분께 쿠바의 전진패스에 김태영-송종국-유상철-현영민의 최종 수비라인이 한번에 뚫리는 위기를 골키퍼 김병지의 선방으로 모면한 한국은 미드필드에서도 정교하지 못한 패스워크와 서툰 볼트래핑으로 공격의 실마리를 풀어가지 못했다.

플레이메이커로 나선 박지성은 중앙에서 상대 수비수에 막혀 투톱 황선홍과 최용수에게 볼을 연결해주지 못했고 이영표, 김남일, 이천수, 현영민도 상대를 위협할만한 강한 압박을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한국도 여러 차례의 득점 기회가 있었다.

전반 21분께 황선홍이 페널티지역 외곽 오른쪽에서 밀어준 땅볼패스를 받은 이천수는 골키퍼와 맞서는 단독찬스에서 오른발슛을 날렸지만 뒤쪽 그물쪽으로 날아갔다.

또 45분과 46분께에도 이천수와 황선홍이 상대 수비 실수로 맞은 잇단 득점기회를 골키퍼의 손에 안겨주고 말았다.

후반들어서도 한국의 답답한 플레이는 바뀌지 않았다.

후반 초반 이천수의 오른발 논스톱 슛이 크로스바를 넘겼고 현영민의 오버래핑으로 한 때 공격이 활기를 찾는 듯 했으나 14분과 18분께 김태영과 송종국의 패스가 잇따라 차단당하는 등 불안감은 계속됐고 미드필더들은 공격루트를 찾지 못하고 볼돌리기에 급급했다.

한국은 후반 19분 이후 김도훈과 이을용을 각각 황선홍, 이천수 대신 투입해 분위기 반전을 꾀하며 공세를 퍼부었지만 무위로 그쳤다.

25분께 이영표의 왼쪽돌파 뒤 올린 볼을 최용수가 머리로 아크 정면에 있던 박지성에게 연결, 대포알같은 슛이 날아갔으나 크로스바를 넘겼고 27분과 30분 페널티지역 내에서의 이을용과 최용수의 슛도 골문을 외면했다.

한국은 이후에도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여러차례 잡았지만 골문에서 어이없는 실수를 범해 최악의 골결정력을 보여줬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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