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인수 제주테크노파크 수석연구원

제주지역 3개 농공단지가 탈바꿈을 준비하고 있다. 기존 단지 내 노후 기반시설 개선 및 확장을 통한 경쟁력 강화에 대한 타당성 검토를 마치고 현재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제주지역 농공단지는 농어민 소득 증대와 농어촌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1989년 4월 구좌지역을 시작으로, 1991년 2월 대정지역, 1994년 6월 금능지역에 순차적으로 조성됐다. 

그러나 과거 제주 경제의 성장을 견인했던 이들 농공단지는 새로운 경제흐름에 적기 대응하지 못하고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어, 기존의 틀을 깨는 전면적인 재창조가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농공단지는 입주기업 54개사, 고용 600여명, 매출 2000억원 규모로 다양한 업종의 단순 집적형태가 많아 업체간 연계가 약하다. 또한 환경기초시설의 노후화, 기반시설의 부족, 입주업종의 사양화 등으로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 

또한 입주기업의 생산성이 낮고, 청년들이 농공단지 내의 제조업 취업을 꺼리는 등 제조업 혁신에 동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20년까지 사업비 398억원을 규모로 제주 농공단지 확장개발사업을 추진해 구좌단지는 가칭 '구좌푸드파크'로 탈바꿈해 장기적으로 음·식료품 업체 단지를 조성하며, 대정단지는 웰빙푸드업체, 물류기업 중심의 '대정웰니스파크'로, 금능단지는 관광분야 제조업체 중심의 '금능비즈파크'로 조성할 계획이다. 

이에 제주 농공단지 확장사업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 다음의 네 가지 사항을 제안한다. 

첫째, 이들 단지는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한정된 자원을 집중 투입해야 한다. 고창 복분자 특화농공단지와 순창 장류산업 클러스터는 전라북도에 위치하면서도 각 마을의 특산물을 전략적으로 선택하고 집중 투자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지역일자리 창출에 성공한 사례다. 이번 기회에 현재까지 구좌·대정·금능지역을 중심으로 진행된 지역 향토자원(당근, 마늘, 백년초 등) 산업화 현황을 종합적으로 검토, 각 마을별 고유한 특성에 맞춰 전문화 및 특성화를 추진해 제주지역 차원의 시너지가 창출돼야 한다. 

둘째, 제주 농공단지와 그 주변은 6차 산업화와 연계된 융·복합화 공간으로 재탄생이 필요하다. 지역 향토자원과 농공단지 입주기업간 안정적인 원물 수급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고부가 제품으로 개발, 생산, 판매가 가능하도록 지원한다. 동시에 가공체험 및 관광을 연계하는 1·2·3차 산업의 독자적인 융·복합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미 월정리 해안을 따라 늘어선 예쁜 카페와 푸드트럭, 근처 올레길과 플리마켓, 비양도, 가파도, 마라도를 찾는 관광객들은 넘쳐나고 있다. 제주 농공단지가 6차 산업으로 어우러져 이들 관광객들과 함께 할 수 있다면 제주 관광산업과 더불어 힘차게 도약할 것이다.

셋째, 파주 출판단지의 사례에서 보듯이, 제주 농공단지는 공장만 밀집된 삭막하고 버려진 '섬'이 아니라, 청년들이 미래를 꿈꾸고 산업, 문화, 사람이 융합하는 '농촌경제의 생산거점'으로 획기적으로 재창조돼야 한다. 제주지역의 농공단지는 낡은 이미지에서 벗어나 생산과 문화가 공존하는 삶의 터전으로 변신이 요구된다. 휴일에도 주민들이 문화와 여가를 향유하기 위해 찾아오는 파주 출판단지와 같은 곳이 돼야 한다. 일하고 싶고, 찾아가고 싶고, 즐기고 싶은 공간으로의 탈바꿈이 제주 지역사회의 요청이다. 

마지막으로, 제주 농공단지는 제주특별자치도가 지향하는 스마트 친환경 기반을 구축해, 생산성과 에너지 효율을 높인 생태산업단지로 조성되기를 기대한다. 입주기업에 대한 지원책의 일환으로 풍력, 태양광, 태양열 등 신재생에너지를 적극 도입해 에너지 효율개선을 통한 생산단가 개선에 기여한다. 또한 원거리 근무자를 위한 전기자동차 보급 및 급속충전기 설치 등 지원사업으로 '카본프리 아일랜드 2030' 계획의 선도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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