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근 제주국제대학교 교수

50년이 넘는 제주관광의 역사 속에서 다양한 관광사업이 부상됐지만, 크루즈관광 만큼 짧은 시간에 크게 성장한 관광산업은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해 507항차 120만명의 크루즈관광객이 방문하면서 제주는 아시아지역 204개 기항지 가운데 단연 1위의 기항지가 됐다.

그러나 최근 순풍에 돛단 듯 달리던 제주 크루즈산업호가 거대한 풍랑을 맞았다. 지난 3월 이후 한국으로 오는 중국인 단체관광이 전면 금지되면서 중국인 크루즈 관광객의 제주기항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새옹지마' '전화위복' 이런 사자성어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지금 우리에게 닥쳐온 이 위기는 언젠가는 해소될 것이며, 오히려 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하지만, 기회는 가만히 앉아 있다고 오는 것은 아니다.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이 뒷받침 될 때 가능한 것이다. 이제까지는 우리는 급성장하는 크루즈관광 수요에 대처하는 데 급급했다면 앞으로는 외부 환경 변화를 예측하고 선대응하기 위한 장기적인 준비를 해야 한다. 축구로 따지면 숨 가빴던 전반전을 마치고 후반전을 시작하기 10분 전. 작전을 점검하고, 수정하고, 체력을 보충해야 할 중요한 숨고르기 시간이다.

제주 크루즈관광을 한 단계 더 도약시키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첫째, 시장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이번 위기는 중국인 단체관광객 위주의 시장형태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가까운 미래에 개별관광객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예측이 대세이다.
즉 개별관광객이 크루즈를 타고 제주를 방문했을 때 짧은 시간 안에 편리하게 관광할 수 있도록 수용태세를 정비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강정항 크루즈 인프라를 서둘러 완비해야 한다. 올해 7월 크루즈항 개항을 앞두고 지금 크루즈가 중단돼 있다고 해서 개항시기를 늦추거나 입항에 필요한 시설을 지연시켜서는 안 될 일이다.

둘째, 제주해운항만물류공사의 설립을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한다. 이는 크루즈 관광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육성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게 될 뿐만 아니라, 이번 대선공약으로 채택된 제주공항공사 설립을 위한 논리적 기초도 제공해 줄 것이다.

셋째, 현재의 상해-제주-후쿠오카 네트워크를 공고히 함과 동시에 일본 동북지역을 비롯한 러시아, 대만 등 성장하는 시장으로의 네트워크 확장과 지속적인 연대 형성이 필요하다.

크루즈 관광이 성장하면서 최근 아시아지역의 주요 거점을 중심으로 크루즈 산업이 빠르게 블록화하고 연대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동북아 블록, 한국과 일본, 러시아를 연계하는 블록,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한 동남아 블록 등 동북아시장 일변도에서 크루즈 시장이 다핵화해 가고 있다.

넷째, 크루즈 관광이 지속가능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제주의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부합하도록 해야 한다.

제주는 친환경 섬이다. 세계관광기구(UNWTO)는 크루즈관광을 21세기형 관광이라고 칭한 바 있다. 이는 선박이 항공에 비해 탄소배출량이 적을 뿐만 아니라, 느리게 가는 삶을 구현하는 관광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크루즈 관광의 본질적인 속성과 제주의 친환경성을 조화시켜 환경 친화적인 제주의 이미지를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 동시에 크루즈 입항시 육상에서 크루즈로 전력을 공급해주는 육전설비의 설치 등과 같이 친환경적인 시스템을 갖추기 위한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

내년 제주를 방문할 크루즈선 예약이 이미 800항차를 육박했다. 한중일 크루즈관광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제주는 성장의 한가운데 놓여 있다. 오늘의 위기를 기회로 삼기위한 전략적인 노력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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