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효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제주도지회 이사장

장미대선이 코앞이다. 이번 대선은 지난 겨울 눈보라 속에서 촛불을 들었던 국민들의 함성이 결실을 맺는 과정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서울을 비롯한 전국 도심 곳곳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매주 열렸고, 누적 참가인원만 1700만 명에 달했다. 그만큼 국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고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자는 함성이 이번 장미대선으로 이어진 것이다.

제주지역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었다. 지난해 11월 도내 107개 단체가 참여한 '박근혜정권퇴진제주행동'을 구성해 총 20회에 이르는 촛불집회를 열었는데, 연인원 5만6000여명의 도민이 촛불집회에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제주행동은 해산 기자회견에서 "촛불항쟁의 주역은 쉬지 않고 광장으로 나와 사회의 적폐를 청산하자고 외쳤던 제주도민 여러분"이라며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촛불집회에서 나타난 민심은 적폐 청산을 통한 제대로 된 나라, 모두가 함께 잘사는 나라를 만들자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러한 촛불 민심을 보면서 오버랩 되는 과거사의 한 장면이 있다. 통일독립 전취하자며 1947년 3월1일 제주북국민학교 운동장에 모였던 3만의 인파다.
제28주년 3·1절 기념 제주도대회라는 이름으로 모인 이날 제주북교에는 2만5000∼3만명이 모여 3·1정신 계승, 외세 척결, 자주통일 민주국가 수립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밖에 일제 잔재 통치기구 분쇄, 모리배 소탕, 언론 출판 집회 결사 파업 시위, 신앙의 자유 보장 등 한마디로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자'는 외침이었다.

4·3특별법에서 4·3을 정의함에 있어 이날을 기점으로 삼을 정도로 3·1절 기념대회는 4·3의 전개 과정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즉 4·3의 시작은 단독선거와 단독정부 수립에 반대하는 도민들의 자발적 의사표시로, 통일정부의 수립을 바라는 애국충정이었다. 여기에 분단정권을 바라는 미군정과 우익보수단체의 폭력과 무차별 살상, 이에 격앙된 일부의 도민들이 무장으로 이어지며 사태가 확산된 것이다.

그럼에도 4·3을 설명할 때 보면 대부분 무장봉기와 공권력에 의한 무자비한 민간인 학살이 주를 이룬다. 4·3의 와중에 당시 제주도민의 10%가량이 희생됐으니 민간인 학살에 중심을 두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지만, 이제 그 성격에 대해서도 다시금 고민할 때가 됐다고 여긴다. 지난 겨울의 촛불집회가 그렇듯 4·3 또한 그 시작은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자는 당시의 염원에서 비롯됐다고 당당하게 말해야 한다.

지난 4월 제주민예총에서 주최하는 4·3문화예술축전의 주 무대는 관덕정 광장이었다. 70년 전 3월1일 이곳에 모여 외쳤던 제주도민들의 구호를 다시 생각하자는 의미였다. 당초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문제제기했다는 사실에 위안을 삼는다. 얼마 전 출범한 제주4·3 70주년 범국민위원회에서도 슬로건으로 '역사에 정의를, 4·3에 정명을'로 정했다. 더 늦기 전에 4·3의 성격 규명과 더불어 제대로 된 이름이 나오기를 기대해 마지않는다. 그전에 촛불의 진정한 승리를 위해 투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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