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복 제주도건설단체연합회 회장

일자리에 관한 뉴스 때문에 5월 징검다리 연휴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지난 10년간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새로 만든 일자리는 110만개인 반면, 외국투자기업이 국내에 만든 일자리는 7만개에 불과하며, 같은 기간 국내총생산에서 투자 유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5배 가까이 늘어난 반면, 투자유입은 제자리에 그쳤다는 내용의 대한상공회의소 보고서를 토대로 '일자리 110만개 해외로… 유입은 7만개뿐'이란 기사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태의 원인을 대한상의는 한국의 규제 환경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이 규제 개혁과 세금 감면 정책 등 강력한 지원책을 쏟아내며 자국 기업들의 리쇼어링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며, 한국의 규제환경을 경쟁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한상의 자문을 맡고 있는 한양대 이항용 교수 또한 모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아무리 좋은 투자유치 제도가 있어도 정책에 대한 신뢰가 없으면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자주 바뀌는 규제, 복잡한 행정절차 등 신뢰의 걸림돌을 개선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도나 의회가 한번쯤 귀담아 들어야 할 의견이다.

그나마 제주에서는 홍콩계 람정제주개발의 신화역사월드가 개장을 준비하고 있어 천만다행이다. 육지부 전체에서 외국투자기업이 1년에 만드는 일자리가 7000개에 불과한데 올해 제주신화월드에서 채용하는 인원이 2100명이니 애국자가 따로 없다. 

인·허가를 앞두고 제주도의회에 환경영향평가 동의안이 상정된 오라관광단지까지 개발되면 육지부와 달리 적어도 제주도에서는 일자리 걱정을 잠시나마 놓을 수 있게 된다. 인·허가를 조기에 마무리하고 개발성과를 도민과 상생하는 방향으로 머리를 맞대는 것이 시급하다. 

현재 도민사회 일부에서 개발과 보전을 적대적 관계로 보는 근본적 환경주의가 퍼져있는 것이 사실이다. 

'보완·보족'이란 말이 있다. 모자라거나 부족한 것을 보태어 넉넉하게 한다는 의미다. 개발에도 난개발과 친환경 개발이 존재한다. 

개발지상주의나 환경근본주의는 제주도에는 적합하지 않은 정책이다. 개발과 보전은 상충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보완하는 개념이다. 제주도는 유네스코 3관왕으로 환경보존을 지향하며 체계적인 개발을 해야 하는 특수성이 있다. '치산치수'식 개념을 적용해 산천을 손질하고 친환경개발로 제주의 가치를 극대화해야 한다. 

이러한 때, 의회와 행정의 역할이 중요하다. 의회는 극단주의를 배제하고 합리적 상생을 지향하는 대의기구여야 한다. 

최근 환경과 자원 활용을 두고 사안별로 이해관계자들의 주장이 판이하다. 주장을 펴는 과정에서 도민사회의 갈등이 증폭되고 불신사회로 흘러가면 도민 모두가 불행해질 것이다. 의회가 나서서 도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갈등을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 극단적 주장을 걸러내고 합리적 길을 제시하는 것이 의회의 리더십이다.

제주도는 지난달 확정한 도시기본계획에서 동서남북 4대 권역 개발 축과 균형발전을 제시했다. 서부권역의 제주영어교육도시와 신화역사공원, 동부권역의 제2공항, 남부권역의 제주혁신도시와 강정크루즈항으로 틀을 짰다. 서부권역에 비해 북부권역의 경우 제주공항과 제주신항 교통인프라를 빼고는 내놓을 랜드마크형 관광 콘텐츠가 부족한 것은 아쉽기만 하다.

제주의 가치를 지키며 지속성장할 산업을 준비하는 일, 이를 바탕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일 모두 늦출 수 없다. 도정과 도의회가 머리를 맞대도 쉽지 않은 과제다. 격변하는 대내·외 환경에서 좌고우면할 시간이 없다. 제주의 합리적 상생을 위한 정책을 조속히 마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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