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 편집부장 대우

디지털 시대의 사랑에 대해 다룬 영화 '그녀(Her, 2013)'. 편지를 대신 써주는 대필 작가인 주인공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전해주는 일을 하지만 정작 자신은 아내와 별거하고 외롭게 산다. 그러다가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는 인공지능 운영체제에 사랑을 느낀다. 요즘의 세태를 보면 그리 비현실적인 설정도 아닌 것 같다. 

최근 편지를 써 본 적이 언제인가. 우표값이 얼마인지도 모르겠다. 지난해 전국 167곳의 우체국이 문을 닫았다고 한다. 우표 판매량 역시 6000만장 이상 줄었다. 편지를 보내는 사람들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요즘은 문자메시지나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일상도 공유하다 보니 편지를 쓰는 사람이 과거보다 훨씬 적다. 한 결혼정보업체의 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손편지를 써 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 중 58.6%가 없다고 답했다. 편지를 안 쓰는 이유는 SNS로 소통하는 것이 편해서(52.7%), 편지 쓰는 것이 불편해서(16.7%) 등으로 나타났다. 편지를 쓰지 않는 주된 이유는 불편하기 때문이다. 클릭 한번이면 전송할 수 있는 문자메시지나 카톡, 이메일 등이 훨씬 편한 것이 사실이다. 실제 손편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편지지도 고르고 주소도 물어봐야 하고 우표도 사서 붙여야 한다. 내 마음과 생각을 글로 표현해야 해서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컴퓨터 자판을 사용하는 것처럼 잘못 썼다고 쉽게 지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긴 글을 쓰는 게 익숙하지 않는 시대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학교에서 어버이날이나 스승의날, 국군장병들에게 편지를 쓰기도 했지만 이젠 그런 시간과 마음의 여유를 갖기 힘들다. 하지만 한 사람만을 위해 한 자 한 자 정성껏 눌러 쓴 손편지의 감동은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가 구현해 내기 힘들다. 정성이 들어간 만큼 받는 사람의 기쁨도 크다. 

스승의 날이 다가오지만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이 시행되면서 카네이션 선물을 두고 혼란이 일고 있다. 그래서일까. 최근 가정의 달을 맞아 선물 대신 손편지를 전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근래 들어 선물의 가치가 돈으로 매겨졌던 것도 사실이다. 마음이 담긴 선물이 감동은 더 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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