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형 정치부 차장

파격(破格). 일정한 격식을 깨뜨린다는 의미다. 문재인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이 지난 5월 10일 취임 때부터 파격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역대 대통령과 달리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 즉시 업무를 시작하다 보니 취임식 준비 시간이 모자라기도 했지만 파격이란 평가가 중론이다. 특히 국내 언론들은 대통령 취임선서식이 열렸던 지난 10일 "이례적으로 유연한 경호와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여야 지도부, 당직자, 정부 관계자는 물론 일반 시민도 자연스럽게 박수를 보내거나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는 모습이었다. "격식과 권위를 내려놓은 모습 때문에 곳곳에서 "정말 대통령이 온 것이 맞느냐"라는 말까지 나왔다"라는 언론보도를 접했다.

교수신문이 지난해 말 전국 교수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통해 선정했던 '올해의 사자성어'는 '백성은 물, 임금은 배'란 뜻의 군주민수(君舟民水)다. 강물의 힘으로 배를 뜨게 하지만 강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이른바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에서 출발한 촛불에 이어 대통령 탄핵까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잘못 사용했을 때 민심은 걷잡을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선서식 이후에도 파격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 수석비서관들과 점심을 먹고 산책을 하는 모습이 직장인처럼 보였고, 청와대 구내식당에서 기술직 직원들과 3000원짜리 메밀국수 오찬을 함께하기도 했다. 영부인 김정숙 여사는 지난 13일 청와대 관저로 이사하기 위해 짐을 싸는 도중 집 앞으로 찾아온 민원인에게 라면을 대접한 일화도 소개됐다.

국민은 취임 이후 사나흘 동안 보여준 대통령과 영부인의 행보에 열광하고 있다. 물론 일부는 취임 초기 며칠 동안 보여주기 위한 행동이라고 평가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까지 역대 대통령 가운데 보여주기식이라도 문재인 대통령처럼 행동했던 대통령을 기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강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지만 평온한 강물은 배가 순항할 수 있도록 하는 필수 조건이 되기도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민심을 거스르지 말고 임기를 마칠 때까지 국민 지지 속에 순항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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