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정 제주국제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논설위원

세계 최고의 브랜드로 10여년 이상 자리를 지켰던 코카콜라가 몇 년 전부터 1위 자리를 내주더니 급기야 비용절감을 위해 직원 1200여명을 줄이기로 했다. 

얼마 전 취임한 최고경영자는 탄산음료에 집중하던 구조를 웰빙 트렌드에 적합한 제품군으로 다각화시킬 계획도 발표했다. 

브랜드 가치는 그보다 낮지만 코카콜라와 경쟁하며 2인자의 자리를 벗어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펩시콜라는 이미 다양한 분야로 다각화시켜 지속적 성장 기반을 마련해왔다. 

1886년 창업 이후 가장 큰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코카콜라의 생존방식이 자신들을 뒤쫒던 경쟁사의 전략을 닮아가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하지만, 탄산음료 비중이 70%나 되는 기업으로서는 혁신적인 선택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업력이 100년도 넘은 수많은 기업들이 최근처럼 단기간에 사라지거나 구조조정되는 시대는 역사상 드물었다. 기존의 공식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은 준비된 조직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중국의 샤오미라는 기업이 우수한 기술을 잘 베끼기만 해서 새로운 기회에 편승한 것은 아니다. 창업자들은 구글과 같은 세계적인 기업에서 일하며 인정받거나 중국 최초의 새로운 시도를 해왔던 인재들이다. 

특히 구성원들이 먼저 자사 제품의 팬이 되는 전략으로 기업과 사용자들간 참여의 폭을 넓히면서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제품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최근 모 종편방송에서 방송된 각기 다른 연령대의 배우들이 외국의 휴양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컨셉의 프로그램에서는 눈길을 사로잡은 구성요소들이 시사하는 바가 컸다. 경험 부족으로 식당 운영이 잘 안되면 관광이라도 하면서 화면을 채워줄 것으로 기대했던 제작진의 의도와 달리 출연자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역할에 몰입함으로써 시청률을 올리는데 성공했다. 

음식 만드는 출연자는 고객의 입맛에 맞는지 계속 확인하며 맛을 개선했고, 식당운영 전반을 책임진 담당자는 가용자원으로 경쟁식당과 차별화되면서도 고객 욕구에 적합한 메뉴를 개발해 수익을 창출하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주방을 보조하는 배우는 식당의 보이는 곳과 보이지 않는 곳을 연결하며 소통을 무리없이 이뤄냈고, 서빙 담당자 역시 메뉴를 주문받고 내주는데 편안함과 안정감을 줬다. 구성원 모두 자신이 맡은 음식, 고객, 소통, 운영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은 목표를 명확히 알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늘 고민한 결과를 실천했기에 가능했다.  

이 프로그램의 특이성이 구성원 각자가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는 가장 기본적인 책임완수라는 것이 의외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를 증명하는 일들이 많이 생긴다. 양쪽에서 한 명씩 줄다리기 할 때는 자신의 힘을 모두 쏟지만, 한 명이 더 늘어날 때마다 들이는 힘의 비중이 감소한다고 한다. 심지어 말 한 마리가 끄는 수레에는 온전한 힘이 들어가지만 말의 수가 늘어갈수록 조금씩 힘을 뺀다고 한다. 이처럼 자신의 역할에 집중하지 못함은 전체의 효율을 낮춘다.

결국 기업이든 정부든, 조직은 리더나 환경자체가 혁신을 주도하는 경우보다 구성원 모두가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모아 실행이 이뤄졌을 때 가장 높은 성과가 나타난다. 

안팎으로 위기를 인식하고 있는 만큼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결집된 국민 의지가 변화된 정부를 선택했기에 자신의 위치에서 최대한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자신이 속한 조직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새 정부에 대한 응원이 되고, 성장에도 기여할 것임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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