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모 한국폴리텍대학 제주캠퍼스 융합디자인학과 교수

제주도 사투리는 흉내내기가 참으로 어렵다. 제주 이주민들이나 관광객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들이다. 제주의 삶과 문화가 배어있는 제주어를 하루아침에 말할 수 있고 제대로 표기하는 것은 정말 힘든가보다. 특히 연세 많으신 어르신들의 대화는 외국인들끼리 대화하는 언어를 접할 때의 느낌과 다를 바가 없다고 본다. 2010년 유네스코에서는 제주어를 지구촌에서 사라지는 언어 가운데 4단계인 '소멸위기 언어'로 '아주 심각하게 위기에 처한 언어'로 등록한 적이 있었다. 이후 제주 사회에서 제주어의 보존과 활동방안을 모색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경주해왔고 제주도는 올해 초 '제주어 보전 및 육성 조례일부 개정조례안'에 제주어 병기를 의무화 한다고 방침을 정하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제주어를 병기한다는 것은 제주도의 문화재나 관광지의 안내판과 안내책자 등에 제주어를 '함께 나란히 적음'을 의미한다. 그 어느 때보다도 도내 관계자들과 도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할 때다.

특히 일선에서 이를 직접적으로 다루는 디자이너들의 감각적인 표현능력과 적극적인 참여 의지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제주어를 눈에 보이게 하는 것은 디자이너의 몫이고 이들의 능력이다. 말로써 표현하는 제주어와 함께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시각화된 결과물들이 제주어를 보전하고 확장해나가는데 기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주류인 소주는 지역별로 생산되고 있다. 우리들의 생활과 밀접하면서 커뮤니티 형성과 소통의 매개체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별로생산되는 소주 라벨디자인의 대부분은 지역의 특색을 표현하고 있지 않는 실정이다. '제주올래'처럼 제주어를 적용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제주 사투리를 활용한 소주 상표도 출시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제주어는 중요한 문화 자원으로 이를 콘텐츠, 시각화하면서 재미와 즐거움을 주고 경제적 효과와 함께 효과적으로 지역문화를 알릴 수 있다. 

최근 제주시는 제주어 문양개발 사업 계획을 세우고 이를 추진중에 있다. 시작 단계에서부터 도민들이 자연스럽게 참여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도민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는 등 이 사업 자체를 제주어 축제마당으로 느껴지게끔 진행하고 있다. 제주어를 모티브로 해 만들어질 문양은 다양한 형태와 시각적 결과물로 제작해 도민들에게 환원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어 많은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궁극적으로는 제주어의 확장으로 상징적 개념의 요소로 브랜드화 될 것이다. 

제주시와 제주어 문양개발 자문위원회의 노력으로 제주어가 새로운 개념의 표정으로 재탄생되면 그 결과물을 간판, 포장지, 배너, 에코백 등 다양하게 적용시킬 수 있게 된다. 제주시 제주어 문양개발 자문위원회에서는 가능하다면 제주어를 주인공으로 한 '제주어 공원'을 조성해 여기에도 결과물을 활용했으면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제주는 더 제주다워 질 것이고 호소력 짙은 제주의 DNA로 자리매김 할 것이다.

최근에는 사투리의 걸쭉한 매력이 대중을 사로잡으며 주요 언어로 사용되고 있는 추세다. '잘잘특공대'라는 TV프로그램에서 유행가를 제주어로 개사해 부르는 장면을 인상깊게 본 적이 있다. 신기하기도 했지만 큰 재미로 새로운 감흥을 선사해줬다. "어머나~ 어머나~ 이러지 마세요~"를 제주어로 바꾸면 "메께라~ 메께라~ 영허지맙서양~"이 된다. 이처럼 일상생활 속에서 제주어를 즐길 수 있도록 관련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경우 사투리를 재미있게 익힐 수 있는 교육용 콘텐츠뿐만 아니라 지진 피해, 복구와 관련해 일본의 사투리를 활용한 사례도 조사됐다. 과거에는 촌스러움을 나타내는 언어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진한 매력으로 '맨도롱 또똣'처럼 안방극장에서도 사랑받고 있다. 제주어를 보전하자는 책임감도 중요하지만 '많이 사용하고 쓰자'는 생각에서 출발해 즐기면서 사랑하게 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모델이라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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