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길 농협대학교 경영학과 겸임교수, 논설위원

이번 대선 과정은 문재인 대세론으로 시작해 문재인 대세론으로 마감한 선거였다. 즉 여타 진영의 반문 연대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일찌감치 대세가 결정되는 변동성이 미미한 선거였다. 만약 반문 진영이 개헌이나 반패권 등을 연대의 계기로 활용했으면 접전이 이뤄질 수도 있는 대선이었으나 각 진영간에 연대를 위한 정치적 노력이나 시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향후 문재인 정부는 여소야대 정국에서 공동정부론을 통해 국민의당 및 바른정당, 정의당을 내각에 참여시켜 정국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국민의당에 대해서는 통합을 시도하거나 일부 의원을 흡수함으로써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야당과의 연정이나 협치의 기본 틀을 명확히 상호 합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부 의원을 향한 내각 참여를 권유하는 방식은 야권의 반발을 불러 일으켜 공동정부론이 작동하는데 어려움이 수반될 수도 있다. 

자유한국당의 경우 홍준표 후보가 초기의 부진을 떨쳐내고 선거 후반 선전, 안철수 후보를 밀어내고 2위를 확보함으로써 지리멸렬된 보수 진영의 지지 기반을 상당히 복원하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이를 바탕으로 홍 후보는 차기 대선에 도전할 가능성이 높아졌고 미약한 당내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정우택 원내대표 등과 당권 경쟁에 나설 전망이다. 앞으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선명한 보수 야당으로서의 정치 이념적 노선을 분명히 제시해 전통적 지지 기반을 복원하고 진보적 여권을 견제하면서 바른정당을 흡수 통합하는 등 외연 확대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은 이번 선거에서 사실상 참패했다. 국민의당 패배의 핵심 원인은 '연대론'을 거부하고 '자강론'을 고수한 안 후보의 근거없는 낙관주의 노선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안 후보는 홍 후보에게도 밀리며 3위에 그쳤고 국민의당의 아성인 호남에서도 문재인 후보에 대패함으로써 국민의당은 당 존립의 심각한 위기 국면을 맞이했다. 안 후보는 국회의원직을 사퇴한데다 대선 과정에서 심각한 정치적 무능력을 노출, 향후 정치적 재기에 난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호남 지역에서의 참패로 이 지역을 기반으로 한 당내 중진 세력의 동요가 극심할 전망이다. 앞으로 국민의당은 더불어민주당에 흡수되거나 바른정당과의 연대 및 통합을 통해 중도적 외연을 확대하면서 생존 마련에 부심할 것으로 보인다.  

바른정당의 경우 유승민 후보가 초반 절대적 열세에서 벗어나 심상정 후보를 제치고 6% 후반대의 득표를 함으로써 독자 생존의 의지를 보여줬다. 그러나 같은 보수 정당인 자유한국당 홍 후보의 득표력에 비해 그 격차가 크고 보수의 아성이기도 한 대구·경북 지역에서의 저조한 득표력을 감안할 때 향후 바른정당이 보수의 주도권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평가된다. 앞으로 바른정당은 유승민계와 김무성계간의 당내 주도권 경쟁이 전개되고 독자적 생존이나 자유한국당 및 국민의당과의 연대 및 통합을 전개할 가능성이 높다. 

정의당의 심상정 후보는 선거 막판 지지율이 10%에 육박할 정도로 선전했으나 결국 6% 초반대의 득표에 그치는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역대 진보 진영의 후보 중 가장 많은 득표력을 보여줌으로써 향후 정의당은 문재인 공동정부가 구성될 경우 노동정책 등의 분야에서 일정한 역할을 담당, 문재인 정부와 정책적 공조를 지향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대선 이후 한국 정치 체제의 향방은 중도 진영인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을 향한 양대 세력인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견인력과 이들 중도 세력의 반발력에 따라 지난해 총선 이후 성립된 다당제의 유지 혹은 총선 이전 양당제로의 회귀로 귀결될 전망이다. 특히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당내 동요를 제어하고 독자적 정치 이념적 노선을 명확히 제시해 자신의 지지 기반을 확고히 장악할 때만이 독자 생존이 가능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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