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오경 한의사

완연한 봄이다. 미세먼지만 아니라면 바다와 산으로 햇빛을 쬐며 산책하기 좋은 날씨다. 필자는 서귀포의 새섬과 새연교를 즐겨간다. 새연교의 탄탄한 아치형 다리와 제주 전통 배인 테우의 돛 모형이 멋지다. 다리와 같은 아치 구조물은 신석기시대부터 만들어졌다. 아치는 위에서 가해지는 힘을 좌우로 분산시키기 때문에 붕괴의 위험이 없이 튼튼하다. 고대 유적부터 지금의 다리까지 쓰이고 있는 아치는 사실 우리 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바로 발이다. 신발 때문에 무신경하게 방치되지만 발은 몸에 대한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 

특히, 발의 아치(족궁)는 매우 중요하다. 한의원에서 진료를 하다보면 과도하거나 무너져 균형을 잃은 아치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발은 내측, 외측, 횡으로 3개의 아치를 가지고 있다. 다양한 동작에서 체중을 버티고 균형을 잡기 위해 새연교 같은 다리가 발에 3개씩 장착돼 있는 것이다. 이런 아치가 무너져 버리면 신체가 쉽게 피로하게 되며 발 뿐만 아니라 무릎, 골반, 허리, 어깨, 목, 턱까지 만성적인 통증을 일으킬 수 있다. 아치의 모양은 선천적으로 결정되기도 하지만, 잘못된 보행 자세와 불편한 신발 때문에 변형이 된다.

간단하게 스스로 발의 건강을 체크해 볼 수 있는 방법은 발을 관찰하는 것이다. 건강한 발은 발바닥, 발가락과 뒤꿈치에 티눈이나 굳은살이 없고 발가락은 휨 없이 고르게 펴져 있어야 한다. 티눈과 굳은살은 아치가 무너져 체중이 한곳에 몰린다는 증거로 가볍게 생각하면 안된다. 실제로 어깨와 허리 통증으로 한의원을 찾는 사람들의 발에는 높은 빈도로 티눈이 존재한다. 한의원에서는 개인에 맞게 처방된 발보조기와 침치료를, 집에서는 보행연습과 운동으로 치료를 해나가야 한다. 다음번에는 집에서 할 수 있는 올바른 보행방법과 운동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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