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에 문화를 더한 공간

제주만화작가협회·황우럭 만화카페 눈길
서점 간판 대신 '책 읽는 공간'으로 전환
"가족과 함께" 콘셉트까지 시대변화 반영

여기저기 책장 넘기는 소리, 서점과는 조금 다른 책 냄새, 무협·순정·코믹으로 나뉜 칸막이, 간신히 몸을 의지할 좁은 의자, 웃음을 참지 못하고 키득거리지 않으면 새로 나온 신간을 찾기 위한 꼼꼼한 시선…. 대본소 그리고 만화방으로 이어졌던 풍경이다. 한 때 '서점'간판을 달기도 했지만 이내 골목 안쪽으로 밀려났다 하나둘 사라졌던 공간이다. 만화가 부활 선언을 하면서 공간 역시 살아났다. 그때와 다른 것은 언저리가 아닌 주연이 됐다는 것이다. 가족이나 연인이어도 좋고 마니아라 구별을 두지 않는 다는 점, 보다 밝아진 조명에 책 읽기 좋은 환경으로 차별화했다는 점은 만화에 대한 시선 변화를 엿보게 한다. 제주에서도 만화를 이용한 다양한 문화공간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제주 만화가들을 만나다

만화라는 한 가지 이유로 모여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가는 이들이 있다. 바로 '제주만화작가협회'다. 공무원, 미술교사, 만화 지도강사, 시나리오 작가, 전업 만화가 등 다양한 직업을 지닌 사람들이 모여 결성했다.

이들은 제주도문예회관이나 영상미디어센터 등 도내 곳곳에서 전시회를 열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유네스코 3관왕 기념전, 세계자연유산, 제주의 관광, 국제자유도시 등 제주와 관련된 주제를 통해 제주 알리기도 노력하고 있다.

이런 노력을 알 수 있는 공간 중 하나가 제주시 한림읍 고 양병윤 화백의 생가를 리모델링한 '황우럭 만화카페'다.

여기서는 시사만화로 연재 1만회를 돌파한 '황우럭' 은 물로ㄴ이고 차를 마시며 만화책을 보고 애니메이션 영화도 감상할 수 있다. 내부에는 황우럭 4컷 만화와 만평, 논설을 비롯해 양 화백이 쓰던 모자와 펜, 책상 등 유품이 전시돼 양 화백의 생전 자취를 살필 수 있다.

특히 이곳에서는 학생들과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만화교실, 만화 인문학 강좌가 운영돼 인기를 얻고 있다.

또 올해 4월에는 만화거리도 조성됐다. 거리를 둘러보며 마을 곳곳에 숨겨진 황우럭 캐릭터와 4컷 만화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4컷 만화 속에 숨겨진 이벤트는 재미를 더한다.

△ 만화로 놀아요

도심 곳곳에도 '만화 카페'컨셉의 문화 공간이 늘고 있다.

만화방과 북카페가 결합된 형태의 신제주 놀숲은 심플하면서도 깔끔한 인테리어와 편안한 자세로 독서를 즐길 수 있는 소굴방, 다다미방 등이 마련돼 오는 이들에게 '힐링의 공간'으로 여겨진다.

특히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아기자기한 소품들과 여럿이 즐길 수 있는 보드게임도 즐길 수 있어 가족 마실로 제격이다. 또 만화, 소설, 베스트셀러 등의 다양한 책으로 휴식을 취하는 스터디 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 '나만의 아지트'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제주시청에 위치한 난쟁이만화카페가 제격이다.

난쟁이만화카페의 특징은 성인 1~3명이 들어갈 수 있는 복층형 구조와 각 방마다 칸막이가 켜져 있는 '룸' 형식의 인테리어로 남에 시선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다.

친구와 약속을 잡고 남는 시간에는 잠시 잠깐 혼자 들려 편히 '시간을 죽이는'용도로 많이 활용된다.

제주시내에는 이웃집마나까페와 스타만화카페,귤소녀점빵 만화카페 등이 운영되고 있으며, 만화카페 창업 브랜드인 '콩툰'이 이달 중 서귀포 지역 오픈을 예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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