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원 제주지방기상청장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3300여 명에 달했던 1994년의 더위를 기억하는 이들도 많겠지만, 지난해 전국 연평균기온이 1973년 이래 가장 높았던 가운데, 제주도 역시 역대 3위의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 제주지역 곳곳에서 폭염과 열대야 발생일수가 극값을 나타내며, 제주시 열대야가 연속 39일간 지속되기도 했다. 또한 제주도가 본격적으로 온열질환 감시체계를 운영한 2011년 이후 가장 많은 100여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으며, 이로 인한 사망자도 처음으로 나타났다. 더웠던 날씨를 반영하듯 3분기 전력소비량은 연일 최대치를 경신하면서 전년도 대비 13% 이상 증가했다. 이러한 기록들은 제주지역이 폭염 안전지대가 아님을 경고하고 있다. 이제 여름철이 다가오고 있다.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폭염에 미리 대비하는 슬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제주도의 폭염은 장마가 끝나고, 북태평양 고기압이 확장하는 7월에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는 자연스러운 계절 현상이다. 하지만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로 극한 기상현상의 발생빈도는 점차 증가하고 있으며, 폭염현상도 예외는 아니다. 문제는 강도가 더 강해지고 발생빈도 또한 빈번해지고 있으며 발생 시기도 여름(6~8월)에만 국한돼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5월부터 30도가 넘는 고온을 기록하는 날이 많아지고 있으며, 평균기온 또한 점차 상승하고 있는 추세다.

기상청에서는 일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폭염주의보를, 일 최고기온이 35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에는 폭염경보를 발표하고 있는데, 6월에서 9월까지 한정적으로 운영하던 '폭염특보' 운영기간을 2015년부터 연중으로 확대해 언제든 기준 이상의 폭염이 발생하면 '폭염주의보'나 '폭염경보'를 발표하도록 한 것도 이를 반영한 것이다. 

또한, 폭염의 위협이 커짐에 따라, 기상청은 특보 운영 외에도 폭넓은 계층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기상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자원봉사자, 독거노인생활관리사 등에게 폭염특보 맞춤알람 SMS를 제공해 폭염 취약계층을 지원하고 있으며, 올해부터는 '더위체감지수' 서비스를 새로이 시작한다. 하루 두 번 읍·면·동 단위의 3770여 개 지점에 대해 오늘부터 모레까지의 더위체감지수를 예측해 발표한다. 대상과 환경별로 더위위험도 정보를 5단계(관심, 주의, 경고, 위험, 매우 위험)로 구분해 단계별 대응요령과 함께 제공하므로 사용자에 따라 맞춤형 더위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 이외에도 캠페인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폭염으로 인한 재해를 예방하고 대응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폭염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개인 스스로 폭염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폭염특보 발령 시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물을 자주 마시는 등 국민행동요령을 숙지하고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영유아, 고령자는 폭염에 취약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소뿔도 꼬부라든다는 삼복더위가 다가오고 있다. 점차 강렬해지는 여름, 기상정보와 적절한 안전수칙을 통해 건강하고 안전하게 보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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