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미골드컵축구대회 멕시코와의 8강전에서 페널티킥 끝에 승리를 이끈 이운재(29·상무)는 골키퍼로서 최대의 덕목인 침착성이 돋보이는 대표팀의 간판 문지기.
경력과 순발력에서는 지난해 11월 대표팀에 복귀한 베테랑 김병지(32·포항)에게 다소 뒤진다는 평도 있지만 이운재는 항상 기본을 중시하는 안정된 플레이로 거스 히딩크 감독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
침착한 이운재의 가치는 골키퍼가 절대 불리하다는 페널티킥에서 빛을 발했다.
한국이 멕시코와 연장전을 포함해 120분동안의 혈투를 펼쳤지만 승부를 가리지못한 채 벌어진 페널티킥 승부에서 이운재는 멕시코의 3번과 4번째 키커의 슛을 거푸 막아내 짜릿한 승리를 낚았다.
한국과 멕시코의 1·2번 키커가 모두 골을 성공시킨 뒤 멕시코 3번째 키커 알폰소 소사는 골키퍼가 한쪽으로 다이빙할 것을 예상해 정면으로 슛을 쏘았지만 상대의 움직임을 파악한 이운재가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가 볼을 쳐냈다.
멕시코의 4번째 키커로 나선 왼발잡이 이그나시오 이에로는 오른쪽 골대쪽으로 정확하게 찔러넣었지만 이운재는 예측한 듯이 몸을 날리는 선방을 펼쳐 한국을 4강으로 견인했다.
김병지와 치열한 주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이운재는 182㎝, 82㎏의 평범한 체격이지만 기본을 중시하는 히딩크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일약 주전 골키퍼로 떠올랐다.
90년대 중반이후 한국축구의 주전 골키퍼는 지난해까지 A매치에 54차례나 출전했던 김병지였지만 김은 지난해 1월 홍콩 칼스버그컵 파라과이와의 경기 도중 볼을 드리블하다 뺏기는 실수를 저질러 한동안 히딩크 감독의 눈밖에 났다.
김병지가 빠진 틈을 타 붙박이 수문장으로 자리잡은 이운재는 히딩크 감독 부임이후 21번의 A매치에서 14경기나 선발출장해 20골만을 허용했다.
김병지가 최근들어 종전의 파격적인 플레이를 지양하며 베테랑다운 노련미를 보여주고 있지만 이운재 역시 이날 활약으로 히딩크 감독의 신임을 더욱 두텁게 했을 것으로 보인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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