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공동체를 엿보다 8. 국가무형문화재 지정 가치-Ⅱ

종목 지정 문화재 중 현재적 위상 가늠자 역할 가능
"지속적 재창조 가능" 문화다양·창의성 기여 기대
불턱·잠수굿 등 차별화…후속 작업 등 위상 높여야

지난해 9월 국립무형유산원에서 열린 '무형유산 조사방향 및 방법 모색 세미나'에서는 기존 문화재보호법에서의 종목이나 보유자 중심의 접근에서 벗어나 공동체 속 종목이나 보유자 차원의 조사로 중심을 바꿔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보호협약이 강조한 '토착공동체'를 염두에 둬야 한다는 의견은 해녀의 국가무형문화재 지정과도 연결된다.

# 인공적 문맥 변화 인정

해녀의 국가문화재 지정은 2014년 문화재 보호법 개정에 따른 보유자 또는 보유단체를 특정하지 않는 사례를 잇는다. 2015년 아리랑(129호)이 스타트를 끊었고 이어 '제다(製茶)'(130호) '씨름'(131호)이 무형문화재 대열에 올랐다. 중요한 것은 이들 종목에서 지칭하는 공동체는 불특정 다수라는 점이다. 아리랑만 하더라도 향토민요 또는 통속민요로 불리는 모든 아리랑 계통의 악곡으로, 전국에서 전승되는 아리랑을 모두 포함한다. 

전국적인 기반을 가지고 광범위한 지역에서 다양한 주체에 의해 전승되어 왔다는 점을 인정했다. 기존 중요무형문화재와 달리 각 시·도에서는 해당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을 지닌 아리랑을 시·도 무형문화재로 지정하고, 관련 전승자를 보유자나 보유단체로 인정하여 지역 아리랑을 보호·전승할 수 있게 했다.

해녀에 대한 접근은 조금 다를 수 있다. 바다와 인접한 지자체, 그리고 '해녀'를 중심으로 한 공동체가 있는 경우로 한정할 수 있다. 자연적인 문맥 만이 아리나 인공적인 영향으로 변화가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하고 형성과정과 지역이나 공동체 속 현재적 위상을 따져봐야 한다는 학계 등의 요구에 있어 대입이 가능한 종목으로 꼽힌다.

실제 당시 세미나에서는 과거와 현재를 모두 염두에 두는 관점을 주문했다. 일제강점기와 1960년대 이후 전개 양상 등에 있어 의미있는 변화상이 나타난다는 점도 주목되고 있다. 무형문화재 영역으로 새롭게 들어온 전통지식이나 구전전통·표현 등에 있어서도 해녀가 갖는 의미는 크다.

# 정신·정서 문화 고유화

제주대 산학협력단 보고서의 '문화다양성 및 창의성에 대한 기여도' 평가도 이런 흐름을 반영했다.

1차적으로 제주해녀에 현지어민과 지방해녀에게 '제주해녀문화'를 전수하는 문화전달자의 역할을 부여했다.

생태적 환경과 지역 전통, 남녀 노동분업, 지역 수산경제 세력화 등을 살필 수 있는 장치라는 기본 개념 외에도 문화의 지속적 재창조 능력으로 해녀를 살폈다. 여기에는 수중생태환경을 이용한 작업 방식을 개발하고 생태민속 지식과 신화적 세계관을 전승하는 등 인간과 자연의 공존이라는 인류 보편 가치를 지향한다는 설명을 첨부했다.

생태환경에 따라 만들어진 여성의 일이 무형문화재가 된다는 의미에 보태 해녀노래 등을 인류의 창의성을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란 평가도 보태졌다.

중요한 것인 '해녀'가 전승·보전하고 있는 협동이라는 공동체 관습이다.

제주를 중심으로 한반도에 전파된 해녀문화의 기본은 바다 생태환경에 맞춘 입어 관행과 공동체다. 물질기량 등을 기준으로 한 서열화와 '신뢰'를 우선하는 비공식적 교육은 오늘날 접목해도 무리가 없다.

여기서 놓치면 안 될 것이 '제주해녀'의 변별력을 키울 방안 마련이다.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것은 어디까지나 '해녀'다. 전국적으로 1만여 명의 해녀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다 전·현직 구분 등에 있어 보유자 인정은 무리라는 것이 산학협력단의 판단이었고 받아들여졌다.

어업권을 행사할 수 있는 영어조합법인 형태의 해녀단체·공동체나 친목·연대를 목적으로 한 해녀단체가 있는 상황에서 '해녀공동체'를 특정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이유로 '종목'지정을 했다.

결국 제주도 차원에서 '제주해녀'를 무형문화재로 지정해 관리하는 것으로 타 지역 해녀와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해녀문화를 대표하는 민속신앙·의례의 경우 잠수굿의 형태는 제주만 가지고 있다.

부산 지역의 경우 어촌계 주관의 풍어제와 바다용왕굿이 있고, 경북 울진군에서는 성황당제를, 강원 강동면 안인진에서는 해신당에서 마을제를 올리는 형식이 전해지고 있다.

반면 제주에는 영등굿과 영등송별제, 잠수굿 등의 명칭으로 줄잡아 19곳에서 진행된다.

이번 보고서 어디에도 해녀문화의 거점 역할을 하는 '불턱'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물질 기술 등 생업과 공동체의 필요성이 전파됐다고 하더라도 문화의 근간이 되는 것들은 제주에만 있다. 이에 대한 도 문화재 지정 등 후속작업을 서두르는 것으로 제주해녀의 위상을 지켜줄 때 지역 대표 무형문화유산의 가치를 키울 수 있다.

부산·울산·포항 등 해녀정책·프로그램 관심 후끈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 목록 등재에 이은 국가무형문화재 지정으로 '해녀'에 대한 전국구 관심이 그 어느 때 보다 뜨겁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최근 발간한 민속보고서에도 '해녀'가 나온다.

지난해 울산광역시 내 농촌인 무룡동 달곡마을과 어촌인 구유동 제전마을에서 1년간 진행한 민속조사의 성과를 담은 보고서에 등장하는 '육당해녀'다.

'육당'은 지명이라기보다 '육지로 바깥 물질을 가는'행위를 지칭하는 말로 유추된다. 실제 조사자료중에 보면 한림읍 협재리 해녀 20~30명이 모여 바깥 물질을 가는 과정에서 '육당 나간다'는 표현이 등장한다. 한번 '육당'은 3~4개월씩 걸렸고, 고향으로 돌아갈 때 대처 시장에서 선물을 고르며 좋아 울었다는 얘기는 당시를 공유했던 해녀들의 공통 기억 중 하나다.

현지에서 제주해녀에게 물질을 배운 이들도 '육당해녀'라고 불렀으니 이 역시 문화 전파의 하나로 볼 만하다.

제주에서 신입생을 면접으로 뽑을 정도로 해녀학교의 인기가 높은 가운데 부산 기장군은 시민을 대상으로 한 '해녀문화체험 교육사업'을 진행한다. 해녀문화의 공유와 물질 계승·보존이 목적이다. 이곳 역시 그 시작을 제주해녀로 본다. 2017년 현재 부산시 해녀는 900여명, 이중 기장군 18개 어촌계에는 제주해녀들로부터 물질을 배운 '지선해녀' 590여명이 분포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제주도의회를 통과한  '제주특별자치도 해녀어업 보존 및 육성에 관한 조례'가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포항시와 시의회는 지난 2013년 '포항시 나잠어업 보호 및 육성 조례안'을 의결했다. 조례안은 해녀 보호육성위원회 구성, 노령화한 해녀를 위한 잠수편의시설 설치 및 안전관리, 해녀 육성정책 시행 등을 담고 있다. 경남도는 2011년부터 '잠수어업인 진료비 지원 조례'를 제정해 해녀들의 잠수병 진료비를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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