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형 정치부 차장

적폐(積弊).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이다. 청산(淸算)의 사전적 의미는 '서로 간에 채무·채권 관계를 셈하여 깨끗이 해결함' '과거의 부정적 요소를 깨끗이 씻어 버림' '회사, 조합 따위의 법인이 파산이나 해산으로 활동을 중단하고 재산 관계를 정리하는 일' 등으로 '씻어 냄' '정리함'으로 순화할 것을 표준국어대사전은 권고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이후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 가운데 하나가 적폐청산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진정한 통합은 적폐를 덮고 가는 봉합이 아니다" "적폐를 확실히 청산하면서 민주주의 틀 안에서 소수의견도 존중·포용하는 원칙 있는 통합이 중요하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로 가기 위한 통합이어야 한다" 등 적폐청산과 통합을 통한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 구현을 강조하고 있다. 취임 이후 문 대통령은 적폐청산에 나서고 있다. 문 대통령이 정리하고자 하는 적폐는 사람이 아니라,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이다. 패거리 정치, 흙수저와 금수저, 남성과 여성으로 나뉜 차별, 기득권 세력과 이에 빌붙어 국민이 자유대한민국에서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막는 행위 등일 것이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지난 2014년 민선 6기 제주도지사로 취임한 이후 관행 타파와 협치를 내세웠다. 문재인 대통령의 적폐청산, 통합과 비슷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원 지사는 취임 직후 첫 예산 심사 과정에서 도의회 의원들의 예산 증액을 개혁의 대상으로 지목하면서 도민의 대표 기관인 도의회와 대립각을 세웠다. 그러면서 다른 한편으론 협치를 강조하면서 도의회 등의 참여를 요구했다.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 도의원들이 원 지사의 협치에 대해 순수하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개혁의 대상이 제도나 관행보다 사람으로 바뀌었기 때문으로 해석되고 있다.

개혁과 청산의 대상인 적폐는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이다. 오랜 시간에 걸쳐 쌓인 현상이기에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적폐라고 수긍한다. 원희룡 지사는 앞으로 제주에서 도민 대다수가 정리해야 할 관행과 적폐라고 지적하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해 청산하고, 도민 통합을 위한 진정한 협치를 실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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