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암기념관 27~7월 2일 고길홍 작가 '종이거울 속…'
사각 프레임에 담은 20여년 인연 원판까지 기증해

'먹고, 잠자고, 쓰고'. 제주가 낳은 서예계 거목 소암 현중화 선생(1907~1997)의 삶과 예술세계를 함축하는 말은 꾸밈이 없어 의미 깊다. 더할 말도, 뺄 말도 없는 것이 평생을 서예에 정진하며 반듯하게 한 길을 걸었던 까닭이다. 스스로를 낮추는 겸양의 미덕을 붓 끝에 옮기며 후학을 양성하는 데 아낌이 없었던 스승이었던 소암 선생을 '기록'으로 기억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서귀포시 소암기념관이 오는 27일부터 7월2일까지 진행하는 고길홍 작가 기증 사진전 '종이거울 속의 위대한 예술가, 소암 현중화'다.

고 작가는 1970년대부터 서예가 아닌 사진으로 소암 선생을 만났다. 20여년의 시간 동안 담아낸 소암의 '얼굴'은 영혼의 통로라는 말 뜻 그대로 그가 세상에 전하려 했던 정신과 마음가짐을 상징한다. 

말 대신 글이 먼저였던 까닭에 '햇빛에는 대자연이 펴지고 그늘지면 움추린다(陽舒陰慘)'는 원리를 담아 법도를 엄격히 지키면서도 그것이 운필(運筆)의 자유를 구속하지 않도록 했던 가르침은 작품으로 드러난다.

글을 쓸 때 그 글씨가 쓰일 곳, 소장할 사람과 쓸 때의 느낌이나 분위기 등 따라 서체나 글자, 모양을 달리했던 유연함과 사람을 즐겼던 서귀소옹(西歸素翁)의 면모가 찰칵하는 짧은 신호와 함께 사각 프레임으로 기록됐다.

자신을 겨냥한 카메라가 불편한 듯 경직된 표정부터 작업실의 진지함, 스승을 떠나 아빠 미소가 느껴지는 제자와 시간 등 34명의 다른 소암을 만날 수 있다.

고 작가는 이번 전시에 맞춰 그동안 촬영한 소암 사진을 원판을 포함해 소암기념관에 기증한다. 관람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매주 월요일 정기 휴관. 문의=760-35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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