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채 디케이서비스 대표이사, 논설위원

대한민국의 청년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저성장시대에서 취업하기 어려운 청년들, 청년들의 열정을 싼 값으로 매도해버리는 열정페이, 연애·결혼·출산의 세 가지를 포기하거나 미루는 청년들, 아름다운 잠재력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해버리는 흙수저라는 멍에를 지고 살아가는 청년들이 대한민국을 헬조선이라 부르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많은 사회적인 문제를 청년들에게 전가시키는 것 같아서, 기성세대로서 청년들의 꿈을 펼칠 판을 제대로 만들어주지 못한 것 같아서 항상 미안한 마음이다. 

필자는 산업화 시대, 정보화 시대 등과 같은 사회의 변곡점에서 많은 혜택을 받았던 세대지만, 21세기를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청년들은 비슷한 위치에 있는 다른 청년들 뿐만 아니라, 사회의 선배인 경력자들과도 힘겨운 경쟁을 펼치고 있는 암울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슬퍼하거나 포기할 필요는 없다. 

4차 산업이라는 사회의 또다른 변곡점이 기다리고 있다. 아니 이미 싹을 틔웠고 성장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4차 산업은 정보화시대의 산물인 빅데이터, 인공지능(AI), IoT(Internet on Thing) 등을 기반으로 기존의 다양한 산업(특히 지식산업)이 서로 얽히고 설키면서 즉, 융합화가 진행되면서 예전에 보지 못했던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해낼 것이다. 

특히, 인간만이 할 수 있었다고 믿었던 영역에서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인공지능이 수많은 의료데이터를 분석해 병의 진단과 치료방법까지 제시할 것이며, 수많은 기업들이 개발중인 무인자동차가 실생활에 적용되면 교통사고가 줄어들 것이며, 목소리로 제어 가능한 수많은 디지털 제품들이 넘쳐날 것이다. 

지금보다 더 많은 것들이 디지털로 빠르게 전환되겠지만, 4차 산업에는 디지털보다 아날로그의 존재가 더 부각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기회가 왔을 때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잡아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지 성공할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디지털 역량을 갖추면서 동시에 아날로그의 정서를 키우는 것을 또한 준비해야 한다.

마카오의 '더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라는 쇼를 예로 들어보겠다. 이 쇼는 라스베가스의 3대쇼를 능가하는 쇼로 배우들의 멋진 서커스 묘기와 화려한 무대장치로 아주 유명한 워터 쇼다. 돌고래 쇼에서 보는 듯한 물로 가득 차 있는 무대, 깊어 보이는 물 안에서 갑자기 나타나는 배우들, 방금 전 물이었던 곳이 딱딱한 무대로 바뀌는 것을 보면 탄성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다. 

직접 보지 않았다면 믿을 수 없을 만큼의 화려한 무대 장치, 조명, 사운드 등은 디지털 기술로 한치의 오차도 없이 작동되지만, 그 기반 위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스토리와 배우들의 멋진 묘기 등은 모두 아날로그다. 영화와 드라마 같은 디지털은 복사 가능하지만, 아날로그 감성은 복사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이 쇼의 감동을 느끼기 위해서는 마카오를 방문해야 한다. 4차 산업에서는 모든 것이 디지털화 되더라도 완성된 것은 아날로그의 감성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4차 산업에서는 산업간의 융합이 활발히 일어나기에 다양한 경험과 더불어 아날로그 감성을 느끼고 충만해지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4차 산업의 주인공인 우리의 청년들은 스펙쌓기 등과 같은 현 방법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준비해야 한다. 

진부한 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여행과 독서를 통해 다양한 경험과 아날로그 감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고(故) 신영복 선생은 "여행은 익숙한 공간을 떠나 많은 것을 만나고, 변화되어진 자신으로 다시 되돌아오는 것이며, 독서는 성문을 열고 바깥 세상으로 나서는 것만으로도 자신과 세계의 확장"이라고 말씀하셨다.

이렇듯 여행과 독서는 우리의 청년들이 (힘들겠지만) 현실을 극복하고 아름다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또다른 도전의 길로 이끌어 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이 땅의 모든 청년들, 파이팅!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