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남 제주도 동물위생시험소 주무관

어렸을 적 필자는 제주가 좋았다. 아침에 일어나서 바라본 한라산에는 능선이 굽이보이고 학교를 오가는 길가엔 청보리가 바람에 넘실거렸다. 

시간이 지나며 한두 살씩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점점 밖에서 뛰놀던 날은 줄어들고 필자도 어느새 거뭇거뭇한 어른이 됐다. 졸업하고 취업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는 동안 주변을 돌아보지 못했던 시간이 오랬던지라 아이 아빠가 된 필자의 눈에 비친 제주는 너무도 생소했다. 

물론 제주에 사람이 늘어감에 따라 환경도 변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래도 갑작스레 차가 늘어 도로는 막히기 일쑤고 하늘은 맑지도 않고 거리에 쓰레기가 없어질 날이 없는 것은 슬픈 일이다. 아빠가 된 입장에서 아이에게도 같은 추억을 물려주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그 마음이 소원한 일이 될 것만 같아 아쉬움은 더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제주도정이 내세운 '청정과 공존사회'를 위한 미래비전은 우리 도민에게는 물론 내 아이에게는 매우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카본프리아일랜드 실현의 일환으로 전기차 보급을 추진하고 있는데 필자 또한 여기에 발맞춰 다음 자가용은 전기차로 구입할 예정이다. 

또한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시행하는 요일별 배출제는 처음에 많이 번거롭고 불편했지만 지금은 쓰레기 처리시 나오는 2차오염도 많이 줄어들고 재활용률은 높아졌다고 한다. 

이외에도 중산간과 해안변 난개발을 제어하기 위해 새로운 관리체계를 만들고 대중교통만으로 충분히 제주를 다닐 수 있도록 교통체제를 정비하는 등 여러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으니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 제주의 모습을 내 아이가 볼 수 있어 기쁨이 앞선다. 

청정과 공존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도민 모두 제주 미래비전에 관심을 갖고 동참한다면 나와 가족, 이웃이 행복하게 지내는 청정과 공존의 섬을 이룰 수 있을거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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