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우범 제주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 위원장

요즘은 24절기 중 여덟 번째 절기로 농번기라 할 수 있는 소만(小滿)이다. 초여름의 따뜻한 햇볕 속에 피어난 하얀 감귤꽃들이 과수원의 본격적인 영농철을 알리고 있다. 감귤농사를 짓는 농업인들은 이맘쯤에 올해 감귤생산 예측량을 예상하곤 했는데, 올해부터는 그런 예측이 어려워 보인다. 

지금까지 관례화 돼 있던 개화량 조사 결과를 행정 참고자료로만 활용할 뿐, 더 이상 발표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차도 많고, 악용의 소지가 많았던 관측조사 발표의 개선과 함께 이번 감귤조례가 개정되면서 올해부터 바뀌는 부분이 많다. 

감귤기본 통계에 대한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전수조사를 통한 고도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풋귤산업 육성을 위해 지원방안이 구체적으로 마련됐다. 혼선이 있었던 친환경 감귤에 대한 크기기준 적용 제외도 조문에 넣어 명확히 했고, 담합의 우려가 높은 가공용 감귤의 가격결정을 감귤출하연합회에서 생산자와 가공업자가 같이 결정하도록 했다. 

사실 제주 감귤산업에 대한 정책의 주요 발자취를 살펴보면, 지난 1967년 감귤증산 5개년 계획을 시작으로 감귤산업에 대한 정책이 마련됐다고 볼 수 있다. 이 계획을 토대로 본격적인 생산기반이 조성되면서 산업화가 시작됐고, 1970년대와 1980년대를 거쳐 본격적인 성장과 발전을 했다. 제주 감귤산업의 위기는 1995년 WTO출범과 수입개방이 되면서 시작됐는데, 지난 2000년 감귤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으로 부적지 감귤원 등 5000㏊를 폐원하기도 했지만, 지난 2004년 한·칠레 FTA 발효를 시작으로 더 큰 위험과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으로 감귤정책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 1997년 감귤조례 제정 이후 지금까지 10차례의 개정이 있었지만, 감귤정책이 대내·외 환경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여러 국가와의 FTA 협상 발효에 따라 다양한 외국산 과일이 수입되고, 연중 국내소비시장에 유통되고 있는 대외적 환경과 품종개량과 품질개선, 저장기술의 발달로 국내 과일들의 품질향상 속도가 빨라지면서 경쟁구도로 가고 있는 대내적 환경을 감안할 때, 생산량과 출하량 조절에만 급급했던 기존의 정책으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부터 감귤정책의 새로운 변화를 체감할 수 있게 됐다. 앞서 언급한 조례 개정뿐만 아니라 감귤의 상품기준을 크기 기준에서 당도 기준을 병행 적용하는 내용이 담긴 조례 시행규칙이 예고됐기 때문이다. 당도 10브릭스 이상의 감귤에 한해 크기 적용을 제외토록 하는 개선안을 내놓았는데 이것은 당도를 상품선택 기준으로 하고 있는 소비자의 요구가 고스란히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사실 필자를 비롯한 많은 감귤생산자들이 감귤품질기준의 개선을 요구해왔다. 소비자의 요구와 생산자의 의식전환을 위해서라도 당도기준 적용이 필요했고, 감귤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 하루빨리 적용돼야 했던 사항이다. 이번 조례시행규칙 예고는 농정당국에서도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면서 과감한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본다.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반드시 올해산 감귤부터 적용이 돼야 한다. 

물론 감귤 고품질 생산을 위해서는 풀어야 할 문제도 많다. 품종갱신을 비롯해서 노지감귤 피복재배 확대 등 고품질 생산을 위한 기반 조성과 감귤생산량의 46% 수준밖에 처리하지 못하는 광센서 선과기 도입 등 산적한 과제들도 많다. 하지만 감귤산업의 미래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늦었지만, 늦지 않았다는 말처럼 지금이라도 하루빨리 소비시장의 요구를 충족시켜 국민과일의 명성을 되찾아야 한다. 당도기준 적용을 통한 제주 감귤산업의 새로운 변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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