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천신만고 끝에 멕시코를 누르고 2002북중미골드컵축구대회 4강에 올랐다.

한국은 28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의 로즈보울구장에서 열린 대회 8강전에서 연장까지 가는 120분간의 접전 끝에 득점 없이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이운재의 선방에 힘입어 4-2로 승리했다.

골키퍼 이운재는 승부차기에서 2-2로 맞설때 정확한 방향 선정으로 상대의 킥을 2차례나 잇따라 잡아내 수훈갑이 됐다.

한국은 승부차기에서 이을용, 이동국, 최성용, 이영표가 골키퍼를 완전히 따돌리고 침착하게 득점을 성공시켰다.

멕시코와의 대표팀간 역대 전적에서 3승1무5패를 기록한 한국은 오는 31일 오전11시 월드컵 본선진출국 코스타리카와 결승 티켓을 놓고 격돌한다.

또 이어진 경기에서 미국은 브라이언 맥브라이드가 전반에 해트트릭을 기록하는 등 일방적인 공세를 퍼부은 끝에 엘살바도르를 4-0으로 완파, 지난대회 우승팀 캐나다와 맞붙는다.

이날 히딩크 감독은 김도훈과 차두리를 투톱으로 세우고 허리를 두텁게 하는 3-5-2 카드를 꺼내들었으나 이천수의 부상 공백과 선수들의 피로 누적 탓에 출발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선수 전원이 국내파로 구성된 멕시코는 전반 휘슬과 함께 특유의 개인기를 앞세워 한국 수비진을 맘껏 유린하며 초반 주도권을 장악했다.

경기 시작 직후 프리킥에 이은 백헤딩슛이 크로스바를 살짝 넘어가더니 2분에는 바우티스타가 왼쪽 골대를 때리는 오른발 슛을 날려 한국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한국은 또 상대가 코너킥한 공을 걷어낸다는 것이 수비수 머리를 맞고 골문으로 들어갈 뻔한 아찔한 순간을 맞는 등 멕시코의 초반 공세는 매서웠다.

멕시코의 거친 공세에 허둥대던 한국은 그러나 전반 15분 이후 좌·우 날개를 이용한 측면 돌파로 활로를 뚫기 시작, 후반전과 연장전이 끝날때까지 경기의 흐름을 틀어쥐며 멕시코 골문을 거세게 두드렸다.

마무리 패스의 정확도 결여와 골결정력 부족으로 득점까지는 이어지지 못했지만 이영표와 이을용의 측면 돌파에 이은 위협적인 센터링은 멕시코의 초반 ‘반짝 장세’를 비웃으며 한국이 주도권을 쥐는 데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전반 29분 박지성에 이어 후반 1분과 10분 차두리와 김도훈이 측면에서 올려준 볼을 골문 앞에서 받고 헛발질, 득점 기회를 놓친 한국은 후반 12분 전반 부진의 원인이 됐던 최태욱을 빼고 최성용을 투입하면서 분위기를 완전히 반전시켰다.

전반 매끄럽지 못했던 미드필더들간의 패스워크가 활기를 찾자 후방 및 2선에서의 침투에 이은 공간 확보가 가능해져 여러차례 결정적 기회를 맞기도 했다.

모래알같던 수비 조직력도 살아나 이을용과 김태영은 뛰어난 위치선정과 과감한 슬라이딩 태클로 바우티스타로 이어지는 멕시코의 공격 리듬을 끊어놓으며 역습의 발판을 제공했다.

끝내 슛이 터지지 않자 답답해하던 히딩크 감독은 후반 29분 김도훈을 빼고 이번 대회에 벤치를 지켜온 이동국을 투입했지만 강력한 슈팅이 골키퍼 마르티네스의 선방에 걸려 한숨만 내쉬어야 했다.

빗줄기가 굵어진 연장들어 한국의 ‘칼끝’은 더욱 날카로워졌지만 골과는 인연이 없었다.

연장 4분과 5분 각각 김남일과 이영표의 슛이 골키퍼 손에 걸렸고 후반 6분에는 안효연이 골문 앞에서 찬 볼이 골키퍼의 왼손을 맞고 비켜나가는 등 골결정력 부족의 문제점은 여전했다.

한편 5개월여의 공백을 딛고 지난달 대표팀에 재합류한 미국의 스트라이커 맥브라이드는 전반 9분께 헤딩슛으로 첫 골을 뽑은뒤 11분과 21분에 잇따라 추가골을 뽑는 등 12분동안 해트트릭을 완성하는 놀라운 득점력을 과시했다.

미국 대표팀에서 해트트릭 선수가 기록된 것은 지난 93년 역시 엘살바도르와의 경기에서 7-0으로 승리할 당시 조 맥스-무어가 세운 이후 약 9년만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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