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철인 제주대학교 철학과 교수·논설위원

지난 1일 '해녀'가 국가무형문화재 제132호로 지정됐다. 문화재청은 해녀와 관련된 문화가 무형문화재로서 역사성, 예술성, 고유성 등의 가치가 탁월하므로 이를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해 종목을 보존·전승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무형문화재라고 하면 해녀노래나 갓일 같은 공연예술이나 공예기술이 먼저 떠오른다. 2015년 '문화재보호법'이 개정돼, 해녀의 핵심인 물질 같은 어로에 관한 전통지식도 새롭게 무형문화재의 범위에 포함됐다. 

해녀라는 국가무형문화재 종목의 첫 번째 특징은 해녀를 종목명칭으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해녀는 단순히 물질을 하는 사람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해녀와 관련된 기술, 지식, 의례 등의 문화가 포함돼 사용된 것이다.  

산소 공급장치 없이 숨을 참고 바다 깊이 잠수해 해산물을 채취하는 해녀의 물질은 고도의 기술을 요한다. 바닷물은 끊임없이 움직이므로 해녀는 물결과 파도의 흐름에 자기 몸의 움직임을 맞춰야 한다. 해녀 스스로 남은 산소의 양을 감지하고 수면까지의 거리를 가늠해 잠수시간도 조절해야 한다.

물질작업은 바람과 물때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해녀들은 바람과 물때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또한 바다 지형과 해산물의 서식처에 관한 지식이 있어야 많은 수확을 올릴 수 있다. 물질기술과 생태환경에 대한 민속지식은 오랜 경험으로 해녀의 몸과 머리에 각인돼 있다. 날씨에 따라 물질을 할 수 있는지 없는지도 일기예보보다는 물질 경력이 오래된 해녀의 말을 듣는다. 

제주해녀들의 속담에 '저승에서 벌어 이승에서 쓴다'라는 말이 있다. 물질이 매우 위험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속담이다. 제주해녀들은 매해 봄이 되면 바다의 여신인 '요왕할망'(용왕할머니)에게 풍어와 바다에서의 안전을 기원하는 무속의례인 잠수굿을 지낸다.

해녀 종목의 두 번째 특징은 제주해녀뿐만 아니라 전국의 해녀를 모두 포함해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된 것은 '제주해녀문화'다.

전국의 해녀 중 제주해녀가 차지하는 비중은 47%를 조금 넘은 정도이고, 부산, 울산, 경남, 경북 등 동남해안권의 해녀가 전체의 46% 가까이 차지해 제주도 다음으로 많다. 한반도 각 지역 해녀의 역사에 대해 현지에서는 제주해녀가 바깥물질을 나와 그곳에서 일시적으로 작업한 것을 시작으로 보고 있다. 

현재 한반도 지역의 해녀는 바깥물질을 나갔다가 그곳에 정착한 제주출신 해녀와 그 지방 현지 출신의 해녀로 구성돼 있다. 전국적으로 각 지역의 바다 생태환경과 입어관행에 따라 해녀공동체의 성격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해녀 종목의 세 번째 특징은 해녀와 관련된 문화가 공동체적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특정 보유자나 보유단체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해녀들은 생산공동체를 조직해 공동으로 물질을 하고 있다. 

2015년 새롭게 제정된 '무형문화재 보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은 무형문화재의 특성에 따라 특정 보유자나 보유단체를 인정하지 않고 국가무형문화재를 지정하는 길을 열어놓았다. 아리랑과 씨름도 전국적으로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공유되고 전승된다는 점에서 특정 보유자나 보유단체를 인정하지 않은 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그동안 국가무형문화재의 보존과 전승은 특정 보유자나 보유단체를 통해 이뤄져왔다. 종목으로만 지정된 국가무형문화재는 보유자나 보유단체를 인정한 국가무형문화재와 다른 방식으로 보존하고 전승해야 한다. 더군다나 해녀는 공연예술이나 공예기술 같은 전통적인 무형문화재와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 

해녀가 사라지면 해녀문화가 사라지므로 해녀어업의 지속과 해녀문화의 전승은 불가분한 관계라 하겠다. 해녀라는 국가무형문화재의 보존과 전승에는 무형문화재 정책과 해양수산 정책의 협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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