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남 사회부 차장 대우

중국 당나라 시대, 시성이라고 불렸던 두보는 촉나라의 재상이었던 제갈량을 흠모해 많은 시를 남겼다. 그 중 가장 많이 회자되는 시 구절이 바로 '강물은 흘러도 돌은 구르지 않는다(江流石不轉·강류석부전)'다. '제갈량이 그동안 쌓아올린 공은 흐르는 세월 숙에 우뚝 속은 반석처럼 끄덕없다'는 의미라고 한다. 하지만 이 시 구절은 조선시대 하급관리인 아전들을 거치면서 변질됐다. 사또는 왔다가 가면 그만이지만, 아전은 바닥 돌처럼 박혀 있다는 것으로, 사또는 매번 바뀌지만 자신들은 계속 한자리에 오래 버티면서 잇속을 챙긴다는 말이다. 조선시대 아전들은 이 두보의 시를 평생의 좌우명으로 삼았다고 하다. 

이 시는 조선시대 아전들을 거치면서 현재 우리사회를 분노케하는 '관피아(관료+마피아)'로 이어지고 있다. 관피아는 관료(고급 관리) 출신 공무원이 퇴직 후 공공기관이나 민간기업 등에 재취업해 요직을 독점하거나 각종 이권에 개입하는 '관민유착'을 빗대 이르는 말이다.

관피아의 뿌리는 길고도 깊다. 개발연대 이후 금융을 움켜 쥔 모피아(옛 재무부+마피아) 세력이 관료 마피아의 원조다. 얼마 전부터는 모피아에서 분화한 금피아(금융위·금감원+마피아)가 득세했다. 급기야 세월호 참사에서 해피아(해수부+마피아)까지 실체를 드러냈다. 공직사회의 끼리끼리 문화가 특정부처의 문제가 아니며 모든 국가 공조직에서 낙하산과 부패, 관민유착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절감케 했다. 관피아라는 이름은 그렇게 탄생했다. 

제주에서도 또다시 관피아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제주시 하천교량 건설비리로 하루가 멀다 하고 전직 고위공직자와 현직 공직자들의 구속소식이 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26일에도 건설업체 대표가 또 구속됐다. 이 대표는 제주시 국장을 역임하다 2012년 퇴임했다. 벌써 현직 3명을 포함해 전·현직 공직자 8명이 이번 비리에 연루돼 구속됐다. 검찰이 2010년 이후 사업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하니 파문이 어디까지 번질지 모를 일이다. 지금이라도 관피아 적폐를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 검찰과 제주도는 관피아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도민들에 전가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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