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석 사회부 차장 대우

옛날에는 가뭄을 '한발'이라고 불렀다. '한발'은 가뭄을 맡고 있다는 귀신을 뜻하기도 한다.

선조들은 가뭄이라는 자연 현상을 귀신의 조화로 받아들였다. 이에 선조들은 가뭄을 맡고 있는 귀신을 달래기 위해 기우제(祈雨祭)를 지내며 가뭄에서 벗어나기를 기원했다.

기후의례를 제정하고 임금이 주재해 환구단(원구단) 등에서 천제를 지냈다. 부산 태종대도 신라 이후 동래 지역에 가뭄이 들면 기우제를 지내는 제단이었다. 

기우제에 왕이 직접 나선 건 천변재이(天變災異)를 초래한 장본인으로 간주된 때문이다. 부여에서는 가뭄의 책임을 물어 왕을 죽이기까지 했다. 기우제가 효험이 없을 때 스스로 벌을 내렸다. 

조선시대에는 가뭄을 음양의 조화가 깨어진데서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여겨 남대문을 닫고 북문인 숙정문을 열어 놓는 등의 방법을 써서 비 오기를 빌었다. 농민들은 용 그림을 모셔놓고 제를 지내거나 대신 도롱뇽에게 비를 비는 풍속도 있었다.

최근 제주도를 비롯해 우리나라의 가뭄 피해가 심상치 않다.

제주지역에서는 봄부터 비가 적게 내리면서 때 아닌 초기가뭄이 발생, 농업용수 공급 차질 등이 우려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봄철 제주지역 강수량은 평년의 65% 수준에 머물면서 도내 곳곳에서 초기가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당분간 제주지역에는 비 날씨 예보가 없어 가뭄현상이 장기화 될 것으로 보이면서 농경지는 물론 농민들의 마음도 타들어 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귀포시는 30일 오후 3시 시민들을 대상으로 주요 정책사업 설명회를 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날 설명회에서는 가뭄대책 등에 대한 정책은 없었다. 전형적인 뒷북행정으로 가뭄 피해에 허둥대는 행정의 모습을 보일까 우려된다.

이날 밭작물 수확과 가뭄 등을 걱정하는 많은 농가들은 밭에서 일하느라 설명회에 참석하지 못했다. 시민들과 진정으로 소통하려 했는지 의심스럽다. 소통이 출발은 경청(敬聽)이다. 시민들의 이야기는 듣지 않고 정책만 설명하려 한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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