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 편집부장 대우

"김군! 하늘나라에서 우리 아들 한빛이랑 만나서 행복하게 잘 지내길 바라. 남은 일은 우리가 열심히 노력해 이뤄줄 테니 부디 편안하게 지내기를 바라오. 젊은이가 희망과 꿈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회를 우리가 만들어 줄게"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1주기를 맞은 지난달 28일 사고 지점 승강장에 케이블방송 드라마 PD였던 고 이한빛씨의 아버지가 남긴 메모다.

벌써 1년이 지났다. 지하철에서 안전문을 점검하던 19세 김군이 진입하던 열차와 안전문 사이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망한 김군은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이었다. 안전문 점검은 2인1조 작업이 원칙이었지만 사고 당시 그는 혼자 작업중이었다. 해당 업체의 인력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김군은 구의역 정비를 마치고 바로 다른 역으로 옮겨 점검해야 했다. 고장 접수 후 1시간 이내에 현장에 도착해야 한다는 사내 규정 때문에 그는 끼니를 해결할 틈도 없이 일했다. 하청 비정규직 근로자인 김군에게 빠르게 일 처리할 의무는 있었지만 안전하게 일할 권리는 주어지지 않았다. 

지난 4월 케이블방송 드라마 PD였던 이한빛씨의 죽음을 둘러싼 논란도 이슈가 됐다. 이 PD 사망사건 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이씨의 죽음은 사내 괴롭힘과 열악한 열악한 방송제작 노동환경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회사의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했다. 인기리에 종영된 드라마 '혼술남녀'의 신입 조연출이었던 이 PD는 지난해 10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그는 "하루에 20시간 넘는 노동을 부과하고, 두세 시간 재운 뒤 다시 현장으로 노동자를 불러내고, 우리가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이미 지쳐있는 노동자들을 독촉하고 등 떠밀고. 제가 가장 경멸했던 삶이기에 더 이어가긴 어려웠어요"라는 글을 남겼다. 또 이씨는 계약직 동료들을 정리 해고하는 업무를 맡아 괴로워했다고 한다. 

두 청년의 안타까운 죽음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위험한 작업의 외주화, 열악한 노동 환경 같은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병폐인 노동착취에 기인한다. 청년들이 배운 정의와 상식이 현실에서도 통하는 사회는 불가능한가. 청년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사회의 안전문은 아직도 너무 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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