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경제부장 대우

우리나라 헌법상에는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명시됐다.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내용에 상관없이 집회와 시위를 할 수 있도록 법으로 보장을 받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집회·시위에 관한 권리를 보장하고, 불법 시위를 제한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집회 및 시위와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집시법은 다수인이 공동목적을 가지고 도로·광장·공원 등 다중이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는 장소에서 집회와 시위를 통해 시민·정치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제정됐음에도 불구, 악용되는 사례가 많다. 집시법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되레 집회와 시위를 규제·통제하기 위한 법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특히 집회와 시위를 막기 위해 가장 많이 악용되는 사례가 바로 유령집회다. 집시법상 2개의 이상의 집회·시위의 시간과 장소가 중복될 경우 선착순에 따라 가장 먼저 신청된 집회를 허용한다. 같은 장소에 뒤늦게 신고된 집회는 경찰이 금지 통고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제주도내 경찰서에서는 특정기업 직원이나 사회단체 관계자들이 경쟁적으로 집회신고에 나서기도 한다.
그나마 집시법이 개정되면서 집회시위 주최자가 집회시위를 하지 않게 된 경우 집회 예정일 24시간 전 철회신고서를 제출할 의무를 규정해 놓고 있다. 주최자가 집회나 시위를 개최하지 않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철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1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되는 등 '유령집회'를 막기 위한 조치가 마련됐다. 하지만 특정집회·시위를 막기 위해 유령집회를 신고한 기업이나 단체가 한·두명을 현장에 배치하는 등 속칭 '알박기 집회' 방법을 쓴다면 별다른 방법이 없다.

최근 한진그룹은 자사의 지하수 증산 심의 통과를 촉구하는 집회신고를 지하수관리위원회 심의가 열리는 장소에 내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도내 시민사회단체는 한진그룹이 지하수 증산 반대 집회를 막기 위해 꼼수를 쓴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집회와 시위는 여러 목소리를 내고 이를 수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자신들이 듣기 싫거나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민주주의 표현방식을 꼼수나 편법으로 막아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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