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봉하 제주특별자치도의정회 회장

1990년 6월2일자로 출범한 제민일보가 창간 27주년을 맞았다. 

4반세기가 넘는 세월이다. 한 세대를 평균 30년 주기로 볼 때 결코 짧은 역사가 아니다. 제민일보는 이 긴 세월을 이겨내며 오늘 제주 대표 일간지로 우뚝 서게 됐다.

제민일보 경영을 이끌고 있는 김택남 대표이사 회장과 신문 편집 관계자 모두의 노고에 축하와 격려의 큰 박수를 보낸다.

미디어 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종이신문사 경영의 어려움 속에서도 '인간 중시와 정론직필'의 초심을 4반세기 넘도록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창간 당시부터 "제주도민의 자존심을 지켜야 한다"는 캐치워드와 함께 제주공동체 발전 책무수행을 위한 사명감으로 똘똘 뭉친 노력의 결실이 아닌가하고 생각하게 된다.

출범 당시 1988년 평화적 정권교체에 이은 민주화의 바람 속에 제주에서도 '참 언론'과 '신문다운 신문'을 만들어야 한다는 3500여 도민 주주들의 염원으로 탄생된 것이다. 그동안 제주 언단을 대표하며 참으로 언론계 위대한 마중물의 역을 수행해 온 결과치다.

제민일보가 창간 스물일곱돌을 맞는 시점에서 회고해 보면 제주지역사회 성장 발전과 도민 이익 극대화를 실현해야 하는 더 큰 책무를 부여받고 그 기능을 충실히 수행해 왔다고 본다.

그 대표적 사례를 보면, 창간호에서부터 장장 10년에 걸친 연재로 제주4·3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의 토대를 마련한 '제주 4·3은 말한다'를 우선 꼽지 않을 수 없다. 또 곶자왈의 가치와 중요성을 처음 알린 '곶자왈 대탐사'는 지금도 탐사보도의 기원이자 표본이 되고 있다. '제주 해녀문화'가 지난해 11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된 것도 10여년에 걸쳐 이뤄진 '대하기획 제주잠(해)녀'가 결정적 공헌도로 평가되고 있다. 

이제 방송과 온라인 공간의 치열한 경쟁 구도속에서도 제주의 진정한 가치 창출에 앞장서 온 제민일보가 제주발전을 위한 균형적이고 객관적인 논리와 필치로 서로 다른 생각을 하나로 묶어냄으로써 도민 이익과 제주공동체 화합을 이끄는 언론으로 거듭날 것으로 확신한다.

제민일보가 향후 당당한 성인으로 30주년을 맞게 될 때 명심해야 할 미래지향적 희망사항을 제시해 본다.

제주에 산재한 현안들에 대해 제주언론이 자주 거론해 왔으나 명쾌한 해결은 흔치 않았다. 예컨대 해군기지나 제2공항 교통대란과 환경 문제 등에 제민일보가 제주발전의 리더 역을 맡아 정치와 행정의 가이더로서 언론의 사회적 기능을 제대로 발휘해야 한다. 

정치인들이 선거용 공약으로 남발하는 공해적 요인들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기능도 요구된다. 따라서 구체적 대안 제시가 필요하다. 정치 행정의 바른 길을 제시하고 비판하는 선도자로서 기능을 언론에 기대하는 이유에서다. 

또 하나는 언론이 제시하는 제주 미래에 대한 진정한 미션이나 비전이 약하다는 지적이다.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의 연속이라 본다면 이를 토대로 창조적 파괴가 창출할 100만 인구의 제주 미래지도를 그려보는 것도 중요하다.

신문은 역사의 기록물이기 때문에 기록한 역사가 정확하고 올바른지도 늘 성찰해야 하며, 도민들이 표출하는 다양한 여론과 공론을 표출해야 할 것이다. 또 제주를 대표하는 언론의 자긍심으로 고품격 신문으로 거듭나도록 매진하는 것도 도민과 독자들에게 보답하는 길이 될 수 있다. 전문화된 양질의 정보와 지식을 기반으로 도민이 신뢰하는 지역신문 위상을 확고히 다져 갈 것도 도민들의 열망이자 희망이다.

창간 27주년을 맞은 오늘도 도민들이 달아준 참언론의 깃발은 반세기를 향해 힘차게 펄럭이고 있다. 아놀드 토인비는 "역사는 소수의 창조자에 의해 만들어지며, 그 역사는 미래를 향해 진화해 가는 나침반이다"고 했다. 다시 창간 27주년을 축하하며, 초심을 잃지 않고 제주를 대표하는 창조자로서 미래지향적 제주의 역사를 다시 써 가기를 갈망해 본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