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 도내 식당·상인들 AI '직격탄'

AI 확진 후 처음 열린 7일 제주시민속오일장 내 양계코너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긴 채 텅 빈 닭장만 덩그러니 남아있는 등 무거운 적막감이 감돌았다. 고경호 기자

AI확산 닭수습도 문제인데 도민 불안감 확대로 소비위축 더욱 심각
토종닭 삼계탕 식당 등 AI여파 이후 평소보다 50~70%까지 떨어져
제주시오일장 양계상인 생닭 판매 전면 중단 울상 계란소비도 감소해

제주지역에 고병원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하면서 양계농가는 물론 식당과 시장상인 등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AI는 인체에 영향을 주지 않지만 도민들이 불안감 때문에 소비를 줄이면서 올 여름 특수가 실종될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여름철은 물론 일년내내 손님으로 가득한 제주시 도심내 토종닭 음식집은 사전에 예약해야 할 정도로 평소 손님으로 가득차는 곳이만 이번주 들어 평소의 3분의 1수준으로 떨어졌고, 이달 만료됐던 예약도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식당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도축된 냉장육은 수급받을 수 있어 당장 식당운영에는 차질은 없지만 손님들이 크게 줄었다"며 "제주에서 AI가 심각한 상황까지 온 것은 처음이기 때문에 도민들의 불안감이 더 큰 것 같다"고 토로했다. 

제주시내 삼계탕 전문식당도 "평소 점심과 저녁에 식당 테이블이 가득찼지만 AI이후에 절반이상 비었다. 예약취소도 속출하고 있다"며 "여름에 대비해 식재료를 많이 준비했는데 모두 버려야 할 상황이 올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도내 마트에서도 지난주까지 만해도 삼계탕이나 백숙 요리를 하기 위해 주부들이 냉장육 닭을 많이 구입했지만 현재는 거의 팔리지 않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AI 확진 후 처음 열린 제주시민속오일시장은 여느 때처럼 인파들로 북적거렸지만 텅 빈 닭장만 덩그러니 남아 있는 양계코너는 무거운 적막감만 감돌았다.

7일 오일장 내 점포에 'AI로 인해 쉽니다. 죄송합니다'라고 써 붙인 양계 농가는 이날 새벽 3시까지 애지중지 키우던 토종닭 2만2000마리를 땅에 묻었다.

해당 농가는 "부화장과 종계장을 설치하고 해썹(HACCP) 인증도 받았다. 위생적인 토종닭 생산을 위해 온 힘을 쏟았지만 출하를 코앞에 두고 물거품이 됐다"며 "토종닭 시장은 7~8월이 성수기로 이 때 공급량이 나머지 10개월과 맞먹는다. 대대적인 납품을 시작하려는 찰나에 AI가 터져 망연자실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AI 확산을 막기 위한 살처분은 당연히 이뤄져야 한다. 농가 입장에서는 억울하지만 어쩔 수 없다"며 "그러나 이번 AI는 비양심 농가들이 초래한 인재(人災)다. 이번 기회에 폐사 직전의 닭을 들여와 유통시키는 농가들을 근절할 수 있는 확실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도축된 닭과 계란을 파는 상인들도 손님들의 발길이 아예 끊기면서 속만 태웠다. 판매량이 지난 장날에 비해 30% 수준에 그쳤기 때문이다.

특히 애완용 조류를 판매하는 가게도 빈 새장만 덩그러니 걸어둔 채 장사를 아예 포기하는 등 AI 여파가 가금류와 조류를 판매하는 상인들의 얼굴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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