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원학 제주생태교육연구소장·논설위원

지금 한경면 웃뜨르 마을인 청수리에서 청수곶자왈 반딧불이 축제가 성황리에 열리고 있다.

매년 6월경에 곶자왈을 밝히는 운문산반딧불이를 곶자왈 생태관광의 주제로 선정해 마을주민 모두의 마음을 모아 축제를 준비했으며 노인회 부녀회 청년회 등이 역할을 분담해 매일 저녁 축제를 진행하고 있다. 매일 오후 8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예약자를 대상으로 안내와 해설, 지역농산품 판매까지 정성을 다해 자원봉사를 하고 있으며 탐방로 안전점검, 정화활동 등의 일들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청수리를 방문하는 탐방객들에게 청수리 사람들의 따뜻한 정과 인심을 전달하기 위해 향토음식인 메밀범벅을 시식코너를 통해 제공하고 있으며 어르신들의 곶자왈 이야기도 구수하게 전달하고 있다.

청수리를 방문하는 탐방객들은 대부분 제주를 찾은 관광객들이며 유명호텔에서는 청수리와 계약을 통해 매일 탐방객을 축제현장에 안내하고 있기도 하다. 특히 가족단위의 탐방객들이 대부분이며 외국인들의 발길도 계속 이어지고 있고 청수리 마을 주변의 상가들도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예약을 못한 사람들의 안내문의도 빗발치고 있으며 예약없이 찾아온 탐방객들과 혼선을 초래하는 등의 사소한 일들도 나타나고 있으나 지금 청수리 마을은 반딧불이로 인해 들썩이고 있다. 

탐방객들의 가장 큰 관심은 곶자왈 숲속에서 불을 밝히는 반딧불이를 관찰하는 일이며 야간에 아무런 불빛없이 곶자왈을 걷는 체험을 특별한 체험으로 여기고 있다. 반딧불이의 불밝힘은 어르신들에게는 추억체험이고 아이들에게는 신비의 탐험이며 청춘남녀들에게는 사랑의 발걸음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우리가 그토록 소망했던 야간관광의 활성화이며 농촌관광의 신호탄이며 생태관광의 정착을 가늠해보는 훌륭한 축제임에 틀림이 없다.

이러한 축제의 시작은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연구소에서 실시한 곶자왈 학술조사에서 운문산반딧불이를 활용한 생태관광의 활성화 방안을 마을에 제시했고 청수리 마을에서 여러차례 마을회의를 거친 후 축제 개최를 수용해서 된 것이다. 그리고 행정의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축제를 개막했으며 관련단체와 협업을 통해 축제를 연출하고 있다. 마을의 발전을 위해 지역사회가 지원을 하고 마을이 주체가 돼 축제를 진행하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게 보인다. 청수리가 청수리에 의한 청수리를 위한 축제를 열었다는 점에서 다행스럽게 여기며 곶자왈 반딧불이를 통해 마을사람들이 한곳에 모여 마을을 이야기하고 마을을 추억하고 마을의 미래를 설계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을공동체의 건설과 공동체 문화의 부활이라는 뜻깊은 선물도 청수리에 전해지는 듯하다.

그러나 너무 많은 탐방객들이 찾아오면서 예약시스템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홍보부족이라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탐방인원을 제한하는 것에 대한 불만도 나오고 있으며 멀리서 찾아온 손님들이어서 예외를 마련해 달라는 말도 끊이지 않는다. 마땅히 여기는 부분이긴 하지만 반딧불이의 지속적인 서식처 보호를 위한 일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입장에서는 참으로 딱할 노릇인 것이다. 아쉽지만 탐방객들의 입장에서 모든 일들을 처리할 수는 없는 일이다. 축제의 주인공인 반딧불이의 미래를 생각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반딧불이는 축제의 주인공이면서 곶자왈의 청정환경을 보여주는 장본인이자 곶자왈을 보호하는 마음을 심어주는 교사이기도 하다.

반딧불이는 제주도에서 불란지로 널리 불리고 있으며 청수리에서는 도체비불이라고 부르고 있다. 청수리에서는 지금도 우마를 곶자왈에 방목해 곤충들의 종다양성에 기여하고 있으며 빈딧불이의 서식환경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지역어르신들의 기억에는 보리수확을 하는 6월경 곶자왈에서 반짝이는 불란지를 보면서 "불란지야 곶 밝혀라" 라고 외쳤다고 한다. 불란지가 청수곶을 활짝 밝혀 마을을 살리고 곶자왈을 살리고 제주를 살리는 지상의 별이 돼 주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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