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 긴급조치세대 호출 「영초언니」
실존인물 통해 ‘운동권 여학생’ 땀·분노·열정 확인 시켜

두려웠고, 아팠으며, 소중하다 여긴 것들을 버려야만 했던 현실이 가시처럼 박혔다. 그 안에서 흐느끼고 흔들리며 허물어졌던 청춘에 성별은 없었다.

슬프고 미안한 것들을 외면하지 못해 양심이 시키는 대로 분노하고 저항했던 대가는 컸다. ‘풋풋한 20대 대학생’으로 부러움을 샀던 그들의 가슴에 액세서리 대신 빨갱이니 데모꾼이니 하는 딱지가 달렸다. 잊고 싶은가 했다. 하지만 시간이 가는대로 희미해지는 옛사랑이 아니라 어찌해도 잊을 수 없는 날카로운 첫사랑이다.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이 또 다른 ‘치유’코드를 끄집어냈다. 꼬닥꼬닥 올레길을 걸으며 치유의 감정을 소비했던 그가 이번엔 스스로를 치유할 특별한 처방을 꺼냈다.

토해내듯 적어낸 글 끝은 저릿할 만큼 아프다. 마치 거울을 보듯 한 시절 자신과 함께였던 천영초라는 실존인물을 꺼내 기록했다. “담배를 처음 소개해준 ‘나쁜 언니’였고, 사회의 모순에 눈을 뜨게 해준 ‘사회적 스승’이었고, 행동하는 양심이 어떤 것인가를 몸소 보여준 ‘지식인의 모델’”이었던 그녀는 책으로 드러나기 전까지 시대로부터 지움을 당했다.

박정희 유신정권 수립과 긴급조치 발동, 동일방직 노조 똥물 사건, 박정희 암살, 5.18광주민주화운동, 6월항쟁 등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 속에서 작가가 복원하려 했던 것은 땀과 분노, 열정으로 뒤범벅된 ‘운동권 여학생’들이었다.

대책 없이 씩씩했던 그들은 여성에 대한 기억은 어여쁘기는커녕 빈 칸으로 투명하다. 서럽고 억울했던 꽃 같은 청춘들을 이대로 보낼 수 없다는 마음이 마치 해원굿을 올리듯 곡진하게 활자가 됐다. 문학동네·1만3500원.

책 발간에 맞춰 ‘4·19 혁명세대’를 되살리는 자리도 마련됐다. 다음달 27일 저녁7시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리는 북콘서트다. 주진우 시사IN 기자의 사회로 저자와 조정래 소설가, 오영훈 국회의원이 온전한 민주세상에 대한 생각을 풀어낸다. 80명이 초대되는 북콘서트에 참석하려면 6월 14일까지 「영초언니」주문번호와 참여 이유를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인터파크 도서이벤트 페이지에 댓글로 남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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